현대차 재고 3만대 더 쌓였다

사상 최초 해넘긴 2017년 파업탓
구형 싼타페·쏘나타 판매시기 놓쳐
작년 재고자산 63% 증가해 1.6조
"다양한 방법으로 재고 처리 할 것"


현대자동차가 2017년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기록적인 파업을 한 탓에 지난해 구형 차량 약 3만 대가 재고로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단협이 타결 된 후에는 신차가 나오며 판매시기를 놓쳤다.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가동률을 조정하지 못한 생산 경직성과 강성인 노조가 매년 벌이는 파업으로 울산을 비롯한 전국 출하장에는 출고되지 못한 차들이 먼지만 쌓인다.

3일 현대차(005380)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장의 제품(완성차) 재고 자산은 1조 5,656억원으로 2017년(9,613억원)보다 6,043억원(62.8%) 증가했다. 현대차 국내외 법인의 완성차 재고는 6조 4,866억원으로 4,209억원 증가했다. 해외법인이 재고를 줄였지만 국내 공장에는 판매직들의 동시 파업까지 겹치며 완성차 재고가 증가했다.

현대차의 완성차 재고자산은 차량을 실제 판매하는 가격에서 각종 비용을 뺀 순실현가치와 제품원가 가운데 낮은 액수를 기록한다. 지난해 현대차의 SUV 수출 판매 단가는 약 1,850만원이다. 차량 한 대당 평균 2,000만원만 계산해도 3만 대가 넘는 차량이 재고로 쌓인 셈이다.


매년 9,000억원 수준을 유지하던 현대차의 완성차 재고자산이 폭증한 이유는 2017년 현대차 노조의 파업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 노사는 4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협상을 시작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무역 보복이 정점을 찍으며 현대차의 경영이 악화일로를 걸을 때였지만 노사가 임금인상에 이견을 보이며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1월 임단협이 타결되기까지 24차례 파업을 벌였다. 2017년 임단협은 현대차 역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타결되는 기록을 낳았다.

현대자동차의 전국 출하장에 쌓인 차량은 구형 싼타페(DM)와 쏘나타(LF)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구형 싼타페가 해를 넘긴 파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판매조직도 함께 파업하면서 자동차 판매가 연중 가장 활발한 연말에 만들어둔 구형 싼타페의 판매가 중단됐다. 지난해 1월 임단협이 타결돼 판매가 정상화됐지만 2월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를 시장에 출시했다. 고객들이 신형 출시를 위해 구형 싼타페의 계약을 취소하거나 구매를 미루는 사태가 발생하며 재고는 쌓였다. 여기에 올해 초 신형 쏘나타의 출시가 예고돼 지난해 하반기 구형 쏘나타의 판매가 줄며 재고가 쌓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재고가 많은 모델을 밝히기 어렵지만 싼타페와 쏘나타가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현대차의 연례행사인 파업과 극단적으로 경직된 생산성이 이번 사태를 낳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생산물량을 조절하려면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신형 출시를 앞두고도 구형을 계속해서 생산해야 했고 파업이 겹치면서 판매마저 안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미국 공장은 신형 출시에 앞서 가동률을 조정했고 5개월에 이르던 재고개월수가 3개월까지 내려왔다”며 “한국공장은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 같은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파업(약 138일)했고 9조 3,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건비 증가와 판매 부진, 원가 상승으로 44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59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늘어난 재고를 털지 않으면 현대차의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봤다. 구형 모델은 시간이 지날 수록 판매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재무상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이어진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연간 생산과 판매대수를 볼 때 약 3만 대의 재고는 큰 부담이 아니지만, 상반기 안에 재고를 적정수준으로 낮추지 못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국내 판매와 수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고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