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 행사의 의전용 태극기가 많이 구겨진 채 세워져 있다. 반듯하게 펼쳐진 스페인 국기와 대비 된다./연합뉴스
외교부가 4일 상대국이 있는 차관급 공식 일정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웠다.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외교부 관계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관련해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태극기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 된 한국-스페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외부에 노출됐다. 구겨진 태극기는 공식 회의에 앞서 조현 외교부 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이 기념 촬영을 하고 모두 발언을 하는 내내 공개됐다. 특히 태극기는 구김 없이 잘 관리 된 스페인 국기 ‘적심기’와 나란히 세워져 더욱 대비됐다.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인근에 게양돼 있는 태극기./사진제공=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태극기는 국가인 ‘애국가’, 국화인 ‘무궁화’, 나라도장인 ‘국새’ 등과 함께 대표적인 국가 상징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태극기는 다른 국가 상징과 달리 ▲대한민국 국기법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 ▲국기의 게양 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을 통해 엄격히 관리 된다.
행안부 홈페이지에는 ‘태극기는 제작 보존 판매 및 사용시 존엄성이 유지돼야 하며, 훼손된 국기를 계속 게양하거나 부러진 깃대 등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명기돼 있다. 구겨진 태극기가 ‘훼손’에 해당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때가 묻거나 구겨진 경우에는 국기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를 세탁하거나 다려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행안부의 안내 지침에 따라 외교부는 세탁이나 다림질 등의 관리를 통해 구김이 없는 상태로 내걸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적시에 바로잡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 19일에도 영문 보도자료를 내면서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틱(Baltic) 3국’을 ‘발칸(Balkan)’으로 오기하고, 지난 해 11월 문재인 대통령 체코 방문 당시 외교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쓰기도 했다. 실수를 넘어 기강해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함께 나오는 이유다.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이 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이날 한-스페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는 마드리드 소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 10명이 침입해 컴퓨터와 USB, 휴대전화 등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과 관련, 스페인 고등법원이 최근 침입자 중 한국 국적자가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스페인 전략대화에서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오늘 스페인 측은 주스페인 북한공관 침입자 사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스페인 측은 동 건에 대한 내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서 앞으로 이 건과 관련해서 필요할 경우에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하였다”고 덧붙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