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가운데 안내상은 새로운 부행장 김태우의 등장에 이를 갈며 ‘육라인’을 중심으로 유동근을 끌어내릴 계획을 세웠지만, 이미 그의 속내를 알고 있던 유동근의 빅픽처로 무산이 됐다. 이는 불법대출 승인 사건과 맞물려 되레 그가 부행장직에서 해임되는 것은 물론 배임죄로 검찰 구속이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쓰며 권력전쟁에서 쓸쓸하게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유동근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체스판 위의 말처럼 김상중, 김태우, 안내상 등 주변 인물들을 이용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지며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특히 가장 대척점에 있던 ‘육라인’이 사라진 후 정치계 인사들과 밀실 회동을 하는 모습이 이어지며 과연 대한은행의 권력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MBC ‘더 뱅커’
지난 4일 방송된 MBC 수목 드라마 ‘더 뱅커’(극본 서은정, 오혜란, 배상욱 / 연출 이재진 / 기획 MBC / 제작 래몽래인) 7-8회에서는 노대호(김상중 분)와 감사실 직원들의 활약과 은행장 강삼도(유동근분, 이하 강행장)의 빅픽처로 인해 육관식 부행장(안내상 분, 이하 육부행장)이 대한은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더 뱅커’는 대한은행 대기발령 1순위 지점장 노대호가 뜻밖에 본점의 감사로 승진해 ‘능력치 만렙’ 감사실 요원들과 함께 조직의 부정부패 사건들을 파헤치는 금융 오피스 수사극이다.
먼저 대호는 새로운 부행장 이해곤(김태우 분, 이하 이부행장)의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선전포고에 앞서 진행된 지점 폐쇄 건을 이야기하며 반대 의견을 전했다. 이부행장도 이를 맞받아치며 의견 대립을 보였다. 은행 내에 희망퇴직 공문이 돌았고 이를 강요 받은 서울 녹영지점 과장 김정식(박충선 분, 이하 김과장)은 대호에게 불법적인 희망 퇴직강요 사실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그 즈음 아직 의혹이 풀리지 않은 서민에이전시에 대한 조사를 계속 하고 있던 대호 앞에 문홍주(차인하 분)가 나타났다. 홍주는 전산실 직원으로서 서민에이전시의 자금흐름을 우연히 포착하고 익명으로 그에게 제보한 주인공. 그는 “파일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시면 은밀히 조사를 돕겠습니다”라며 의지를 보였고, 서보걸(안우연 분), 장미호(신도현 분)와 함께 감사실에 합류했다.
서민에이전시 건과 김과장이 제보한 불법적인 희망퇴직 강요 건을 함께 조사하기 시작한 대호와 감사실 직원들은 녹영지점의 지점장의 평가나 인사평가점수와는 달리 김과장에 대한 직장동료들의 평가점수가 훨씬 후했다는 점을 주시했다. 또한 서민에이전시 조사 과정에서 공주지점을 이용했던 서민유통과 서민에이전시가 연관돼 있다는 점과 김과장이 있던 녹영지점의 실적이 폐쇄된 공주지점의 실적보다 낮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문을 품은 대호는 본부장 한수지(채시라 분)를 찾아가 공주지점 폐쇄에 관해 숨기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수지와의 대화 속에서 공주지점은 최종 폐점 리스트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호는 최종 리스트 수정자를 파악하기 위해 일일이 하위실적 20% 지점과 실제 폐쇄지점을 확인했다.
대호와 감사실 직원들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을 무렵 서민에이전시 대표 박정배(류성현 분, 이하 박대표)는 김과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박대표와 함께 나타난 전 영업1부 부장 민형기(오용 분, 이하 민부장)는 맹지 땅을 불법감정 받아 100억 대출을 받을 예정이라며 김과정에게 심사부에 서류만 올려주면 5억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본점 심사부를 움직일 수 있는 분이 뒤에 있으니까“라며 자신만만했고, 고민에 빠진 김과장은 결국 대호와 보걸을 만나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윗선에서 용인한 불법대출 승인’이 자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대호는 그 길로 심사부를 급습해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심사부 부장 임창재(주석태 분, 이하 임부장)가 불편한 기색들 드러내자 대호는 조심스럽게 제보 내용을 전했고 그는 조사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그런 가운데 이부행장의 등장으로 강행장의 칼날이 자신의 턱 끝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육부행장은 강행장을 경질하고 자신이 행장 자리를 차지할 판을 짜기 시작했다. 강행장과 육부행장 사이에서 고민 끝에 ‘육라인’에 남기로 한 수지도 힘을 보탰다. 이부행장이 주도한 ‘긴급이사회 소집’일을 강행장 경질의 디데이로 삼은 육부행장은 승리를 확신했다.
대호가 계속해서 서민에이전시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육부행장은 직접 대호를 찾아가 강행장을 경질하고 자신이 행장이 될 거라는 계획을 알리며 ”서민에이전시는 아무리 들고 파도 소용이 없어! 누가 행장이 되던 바로 덮힐 사안이이니까“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행장이 된 뒤 강행장 다음으로 날릴 사람은 노대호 바로 당신이 될테니까!“라고 경고했다.
드디어 긴급이사회날 당일. 강행장과 이부행장의 여유로운 표정에서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수지는 육부행장에게 ”다음기회로 미루십시오“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육부행장은 이를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긴급동의 안건을 제안했다.
육부행장은 강행장의 경영 실책과 인사정책을 비판하며, ”저는 강삼도 행장이 당장! 수치스러운 3연임을 그만두고 퇴임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찬성하시는 분은 일어나 주십시오!“라며 강행장 경질을 주도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찬성한 사람은 단 두 명 뿐. 심지어 육부행장과 수지가 만나서 설득했던 임원들 모두 그를 외면했다. 이미 그의 계획을 눈치 챈 강행장의 역공에 당하고 만 것이다.
강행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육관식 부행장님, 그동안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런 형태로 떠나다니 개인적으로 유감스럽군요“라고 말했고, 이어 이부행장은 ”지금 일어나신 분들은 그대로 해임 처리하겠습니다” 라며 육라인 전체를 겨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사부 임부장이 100억 불법대출 승인을 맡은 내부직원을 색출해 냈고, 그 배후에 육부행장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폭로하면서 육부행장은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육부행장을 찾아간 대호는 서민에이전시에 대해 물었는데, 육부행장이 대호의 끈질긴 질문에 입을 떼려는 순간 강행장의 전화를 받고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네. 미안하네 유구무언일세”라며 입을 닫아버렸다. 이어 대호에게 “강행장을 너무 믿지 말게”라고 마지막 충고를 전하며 풀리지 않은 의혹을 남겼다.
강행장이 기재위 실세 국회의원 정수찬(고인범 분)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최종수(김병기 분), 재정경제부 출신 경제학과 교수 박진호(남명렬 분)와 밀실 회동을 하는 모습이 이어지며 대한은행 외부의 새로운 권력 배후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육부행장의 구속 뉴스에 이어 강행장과 밀실 회담을 했던 박교수가 신임 금감원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와 이목을 집중시키며, 다음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방송에서는 은행의 불법 대출에 대한 디테일한 모습들과 사측의 불법적인 희망 퇴직 강요로 고통을 받는 이들의 모습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이에 대한 뭉클한 메시지를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끌어냈다. 또한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열연까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더 뱅커’는 수도권 기준 7회 4.1%, 8회 4.7%로,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차지했다.
한편, 김상중을 비롯해 채시라, 유동근이 이끄는 금융 오피스 수사극 ‘더 뱅커’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