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제주 제2 공항’이 뜨거운 감자다. 여러 언론매체에서 뭐가 다른지 차별점이 없는 여론조사를 연이어 발표하고 제주도청 앞에 자리한 반대의 목소리는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을 분위기다. 반대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반복하면서 지역 언론은 그들의 나팔수가 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제주 제2 공항을 도민의 손으로 결정하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마치 대다수 제주도민이 제2 공항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먼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항은 섬인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제주도민들은 점점 육지를 드나들 일이 많아졌고 국민들에게도 제주도는 평생 한 번 오는 신혼여행지에서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휴가지로 변화하고 있다.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를 탈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공항이 없다면 도민들은 섬에 고립될 것이고 육지에서도 발길을 끊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주공항은 계속 공사 중이다. 매년 증가하는 여객을 처리하자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불안감이 든다. 앉을 자리가 없는 터미널, 정시에 출발하지 않는 항공기, 착륙을 위해 주변을 빙빙 도는 항공기, 이 모든 문제가 단순히 기존 공항을 고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의문이다.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애써 외면하며 만성적인 불편함에 우리 모두 익숙해지는 것만 같다. 제주공항의 포화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항공권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급한 일이 생겨도 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과연 이것이 제주도민이 원하는 삶일까.
제2 공항 건설은 제주도 차원에서 오랫동안 추진돼온 숙원사업이다. 정부에서도 최근의 폭발적인 여객 증가에 제2 공항 건설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뒤늦게나마 기존 공항 확장 같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에 환영한다. 그런데 제2 공항 건설은 사업이 발표된 지 2년이 넘도록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입지선정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더니 이제는 근본적으로 공항이 필요한지부터 환경수용능력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교통시설·쓰레기처리시설이 부족해지니 못 오게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제주도가 ‘섬’으로서 매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원하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고립된 섬은 그냥 존재할 뿐이다. 제2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방문객이 없어서 한산한 도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원하십니까. 제주공항 이용 이대로 만족하십니까. 오늘도 제주도를 향하는 여러분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지 않은가요. 그곳에서 우리 후손들은 무슨 꿈을 꿔야 합니까. 이 모든 것에 답할 수 없는 지금, 제주도의 미래가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