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사용설명서]LTE 요금 그대로, 실감 콘텐츠 향연

무대 위에서 공연 보듯, 야구는 포지션별 영상으로
정확해지는 자율차, 안전해지는 공장, 편리해지는 쇼핑

‘초(超)시대, 생활이 되다’(SKT), ‘당신의 초능력’(KT), ‘일상을 바꿉니다’(LGU+)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초고속·초저지연·고신뢰·초연결성 등 5G의 기술적 특성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4세대(4G)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이 도입됐을 때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동영상을 보는 정도로 예상했지만, 아마존과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태동하며 생활양식 전반이 변했다. 5G가 불러올 세상은 4G와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세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VR·AR 실감 콘텐츠 봇물=5G 시대 개막으로 일반 고객이 가장 피부로 느낄 변화는 실감 콘텐츠들이다. 이통사들은 우선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해 스포츠나 문화공연 중계 서비스를 보다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야구 중계가 승부처다. 마치 경기장 관람석에 앉은 것과 같은 시원한 영상을 제공할 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선수들의 투타 대결을 분석할 수 있는 첨단 서비스도 구현했다.

LG유플러스가 1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개장한 U+5G 팝업스토어 ‘일상로5G길’에서 직원들이 ‘태양의 서커스’를 가상현실(VR)로 즐기고 있다./사진제공=LG유플러스

웹툰도 VR 헤드셋을 끼고 3차원(3D) 속에서 1인칭 시점으로 볼 수 있다. 마치 내가 만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몰입감이 극대화되면서 현실과 착각할 정도다. 김새라 LG유플러스 마케팅 담당 상무는 “웹툰에 현실감을 더해 5G용 VR로 재구성했다”며 “제작비용은 일반 웹툰보다 훨씬 많이 들지만 5G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전용 콘텐츠를 다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의 영상통화 서비스 ‘나를(narle)’은 3D와 AR 기술을 접목했다. 동시에 4명까지 그룹통화를 할 수 있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내 모습을 AR로 꾸밀 수 있고 아예 3D 아바타를 대신 내세울 수도 있다. 5G만의 특성인 초고속·초저지연에 힘입어 고화질의 영상통화가 끊김 없이 이뤄진다. 박현진 KT 5G사업본부장은 카카오톡을 염두에 둔 듯 “커뮤니케이션에서 통신사가 주도권을 잃었지만 ‘나를’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미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oksusu)’에 5G에 특화한 VR과 UHD 콘텐츠 전용관을 개설했다. ‘아이돌 라디오’ ‘주간 아이돌’ ‘아프리카TV 댄서 프로젝트’ 같은 VR 콘텐츠와 엑소(EXO) 도경수가 더빙한 애니메이션 ‘언더독’ VR 체험 영상, 공포 VR 영화 전문 스튜디오인 ‘다크코너’의 작품 등을 담았다.


◇산업계도 5G 혁신=산업의 모습도 바뀐다. 쇼핑센터에서는 자율주행과 발레파킹 시스템이 결합해 차량 스스로 빈 공간을 찾아간다. 고객은 시간을 아끼고 주차장은 사람이 타고 내릴 공간만큼 아낄 수 있어 같은 면적에 기존보다 2.5배가량 더 많은 차를 수용할 수 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위치 정확성은 5G로만 구현할 수 있다.

공장에서는 360도 고화질 카메라가 실시간 관제에 나선다. 고화질과 초저지연이 기존 감시 수준을 대폭 업그레이드한다.

0515A02 5G 변화 경제효과

자율주행차도 5G가 필수다. 시속 120㎞로 달리는 자동차가 갑자기 정지 명령을 받으면 LTE는 30㎳의 지연이 발생해 1m를 더 간 뒤 멈추지만 5G는 3.3㎝ 만에 제동한다. 사람 목숨을 좌우할 차이다. 영상 관제나 기기 설비 보전, 생산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나 드론운송 시스템과 스마트매장을 가꿀 수 있는 물류·유통 분야, 조난자를 파악해 실시간 대피 경로를 제공할 수 있는 재난관리도 모두 5G가 실현할 가까운 미래다.

개인들의 여가도 달라진다. 가상현실(VR)로 만나는 공연은 나를 무대 위에 올린 듯하고 경복궁 안에서 증강현실(AR)로 등장하는 조선시대 임금의 설명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KT의 첫 5G 가입자인 이지은씨가 “섬 출장이 잦은 남편과 딸이 5G 스마트폰으로 생생하고 끊김 없는 영상통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밝혔듯 5G 영상통화는 커뮤니케이션의 틀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놀이동산을 대체할 VR 테마파크, 직접 보고 살 수 없는 홈쇼핑의 약점을 보완할 AR 쇼핑 등도 가시화했다.

0515A14 통신사별 5G 요금제

◇요금제에 공시지원금 경쟁도=이통사들은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5G 완전 무제한 요금제 경쟁에 돌입했다. 3사 모두 8만원 안팎 요금대부터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여기에 휴대폰 기기값 인하 혜택인 공시지원금도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매장의 추가지원금 최대치인 15%를 적용, 최고 54만6,250원의 공시지원금을 공개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지원금으로 갤럭시 S10 LTE 모델 지원금(17만9,000원)보다 30만원 가까이 많다. 특히 월 8만5,000원짜리 ‘스페셜’ 요금제로 선택약정을 통해 받는 2년간 51만원의 할인 혜택도 웃돈다. 고객은 공시지원금을 받거나 2년간 매월 요금제의 25%를 할인 받는 선택약정할인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선택약정 할인 폭이 워낙 커 공시지원금은 무의미했지만 이런 관행을 뒤집었다.

0615A17 이통사별공시지원금

5일 오전 애초 최대 22만원의 공시지원금을 발표한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기습’에 충격을 받은 듯 오후부터 공시지원금을 최대 54만6,000원으로 올렸다. 공시지원금은 정부 규정상 7일마다 바꿀 수 있는데 과태료 100만원을 물고 반나절 만에 바꿨다. 오전 가입자에게도 오후 공시지원금을 적용하고 이미 선택약정을 선택한 고객이라도 공시지원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대 조건도 달았다. 최대 21만5,000원의 지원금을 책정한 KT는 “변동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참전이 불가피해졌다.

SK텔레콤은 또 오는 6월까지 가입자에 한해 ‘5GX프라임’ ‘5G플래티넘’ 요금제 가입시 12월까지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가입 이후 24개월로 늘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5G 가입 문턱이 낮아졌지만 이통사로서는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한동안 과열 상태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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