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한때 높은 연봉과 직원복지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융감독원이 차량과 사택, 피트니스 회원권 등 전방위적인 임직원 ‘복지 축소’에 한창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중 임원의 업무용 차량을 대거 쏘나타(하이브리드)로 교체한다.
금감원은 임원은 원장과 1명의 감사, 부원장 4명, 부원장보 11명이 임원에 해당한다. 그간 원장에게는 에쿠스급 차량이, 부원장에게는 K9급, 부원장보에게는 K7급이 관용차로 주어졌다.
차량 교체의 배경은 2016년부터 시행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새로 구매하거나 임차하는 업무용 차량의 70% 이상을 친환경차(하이브리드 등)로 확보해야 한다. 금감원의 경우, 정해진 예산 내에서 업무용 차량을 한꺼번에 대차비용이 같은 급의 차량보다 조금 더 비싼 친환경차로 교체하다 보니 자연히 차량의 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중 관용차 교체주기가 한꺼번에 돌아온다”며 “예산 내에서 친환경차 규정을 맞추려면 부원장보는 물론 일부 부원장의 차량도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대기업 임원의 업무용 차량은 물론, 최근에는 신입직원들조차 대형차나 수입차를 타는 마당에 소나타급 업무용 차량을 타게 된 금감원 임원들은 울상이다. 감독을 받는 금융사들을 상대로 영이 서겠느냐는 푸념도 나온다.
그렇다고 관련 예산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공기관 방만 경영 논란으로 금감원 역시 운영 예산이 지난해보다 5% 줄었다. 이에 전반적으로 직원 대상 복지 혜택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부원장보에게 제공하는 여의도 고급 호텔 피트니스 회원권 혜택을 없앴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의 혜택 범위도 줄였다. 파견 등으로 지방 근무를 하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했던 주거지원비 혜택도 축소하고 있다.
한때 높은 급여와 정년보장, 복지혜택 등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변호사와 회계사 같은 전문직들을 손쉽게 끌어모으던 금감원이지만, 상황이 이렇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전체 직원의 80%를 넘는 4급 이상 직원 관계 기관 취업제한과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등도 타격을 줬다. 금감원의 신입직원 경쟁률은 지난 2016년 66대1에서 2017년 49대1, 지난해엔 37대1로 내리 하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산이 줄어들면서 임직원 복지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러다 보니 유능한 인재들이 한국은행 등 다른 금융 공공기관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