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당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민통합기금 설치 방안을 담은 ‘재한외국인처우 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 상정된 후 추가 논의 없이 계류 중이다. 기금 총괄부서인 기획재정부 반대로 법무부 등 관련 부서가 동의하는 일치된 정부 의견을 내놓지 못해 소위에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외국인이 내는 출입국 관련 수수료와 과태료, 범칙금 등을 귀속시킨 기금을 설치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교육·구직 지원에 사용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외국인의 사회통합에 그들이 낸 돈을 사용(수익자부담원칙)함으로써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줄이고 반감도 해소하자는 취지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수수료·범칙금 등을 합산한 금액은 지난해 기준 1,325억원 가량이다. 이 재원을 활용하면 그 만큼 정부예산 지원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외국인 정책과 관련해 별도 기금을 만들지 말고 지금처럼 일반 예산으로 운용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기금을 만들면 재정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캐나다·영국 등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갈등·역차별 해소, 안정적인 사회통합 재원 확보를 이유로 이미 이 같은 방식의 기금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재부의 논리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을 의식한 듯 기재부는 “만약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면 고용노동부 외국인 고용 관련 예산과 여성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지원 예산 등을 포괄해야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외국인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부처의 기능이 개편되지 않는 이상 고용부나 여가부가 자신의 밥그릇을 뺏기는데 동의할 리가 없어 비현실적 방안”이라면 “기재부가 외국인 정책 관련 기금을 통합해 총괄하려는 속내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국도 앞으로 저출산 국가가 될 수 있기에 이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정과 기구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며 “부처 간 이기주의를 내세운 다툼을 자중하고 이민통합기금 설치는 물론이고 이민청 등 통합기구 설립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