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임금 협상을 앞두고 파국이 이어지면서 전면 파업으로 돌입할 태세다. 생산 물량의 절반이 없어지는 것이 확정됐지만 노사는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고 노조는 인사경영권까지 요구하며 일은 더 틀어지고 있다. 이러다간 유일한 희망인 내년 나올 신차의 수출마저 좌절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이날 오후 노사는 25차 임단협 본협상을 부산공장에서 재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3일 이후 5일 만에 마주 앉은 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가고 있다.
협상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당초 노조는 기본급 10만 667원 인상을 밀어붙였지만 최근엔 인사경영권을 요구하고 있다. △작업 전환 배치 시 노조의 합의권 등이다. 회사가 지키지 못하면 △해당 부서장 징계 △통상임금 500% 보상 △위로휴가 부여 등이다. 회사는 기본급 인상 대신 제안한 1,720만원의 변동급여 지금액 가운데 최근 이익배분금(PS) 420만원과 생산격려금(PI) 약 600만원을 배분한 상태다. 이 때문에 노조는 기본급 인상에 대한 논의보다 인사경영권에 투쟁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사측은 “(르노 본사도)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경영 사안을 노조가 합의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임단협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쟁의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파업이 다시 시작되면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5일간 가동을 중단하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대응한 상태다.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가자 르노삼성차의 내수와 수출 판매는 지난 3월 1만 2,79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나 줄었다. 무엇보다 9월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끊긴다. 이에 대한 르노삼성차의 전략은 인건비를 고정하는 등 원가를 낮춰 내년 나올 신차인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르노 본사에서 따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르노 본사는 최근 이 물량마저 스페인 공장에 돌리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스페인에 라인을 새로 깔아야 하지만 파업 위험이 적고 임금이 부산공장보다 낮은 대신 생산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지난 3월 르노 본사에 이 결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르노 본사가 언제 최종 결론을 내릴 지 몰라 인건비 등 원가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