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언주, 과거 '재벌경영권 박탈 법안' 대표발의

2015년 대기업 총수 일가 죄지을 경우 경영권 포기하는 ‘조현아 방지법’ 발의
“재벌 일가가 기업을 개인 소유로 착각하는 풍토 해소해야…”주장
해당 법안 통과됐다면 조 씨 일가 경영권은 ‘이미 정지’
‘무차별적인 文 비난’ 논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조현아 방지법’ 발의 당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모습/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와 관련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계급혁명에 빠진 좌파운동권들이 죽인 거나 다름없다”고 발언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과거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박탈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지금까지 대한항공 일가를 둘러싼 인민재판을 방불케 하는 마녀사냥 여론몰이…분명 너무 지나쳤다”며 “뭔가 나라가 잘못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조 회장은 비록 가족이 물의를 일으켰지만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운 전문경영인”이라며 조 회장의 경영권 박탈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한항공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실적도 무시하고 주주 행동 근본주의에 빠져 조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몰아낸 좌파 시민단체들”이라고 국민연금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지난 27일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에 국민연금이 영향권을 행사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다른 게시글에서도 대한항공 일가에 대한 재판을 ‘인민재판이자 마녀재판’이라고 표현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꼬았다.


하지만 지난 2015년 2월 이른바 ‘조현아 방지법’이라 불리던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대표 발의자가 이언주 의원이었단 사실이 밝혀지며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앞뒤 없는 비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던 이언주 의원은 이사 등으로 재직 중인 대기업 총수 일가가 기업의 업무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죄를 지었을 경우 일정 기간 경영에 복귀할 수 없도록 조치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이 의원은 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 “대한항공 회항 사태는 재벌 일가가 기업을 개인 소유로 착각하는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근대적 기업문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향력 있는 대표 또는 임원이 위법행위로 회사의 평판을 훼손하고 주가도 하락시켰는데 회사가 책임을 묻지 않고 구명하거나 방어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이는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임직원과 선의의 투자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회기 만료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이 의원은 과거 발언이나 행적과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의원이 발의한 ‘조현아 방지법’이 통과됐다면 조양호 일가의 경영권이 ‘올스톱’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 의원의 9일 발언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의원이 2015년 발의한 법안은 대기업 총수일가나 친인척이 이사, 집행임원, 감사로 재직하면서 회사의 업무와 관련하거나 직권을 남용하여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로 형사 기소된 경우 즉시 직무를 정지시키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는 정직 혹은 면직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부터 이어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논란에 대한 판결은 2017년 12월 집행유예로 확정됐고, 지난해 10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5일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1년 정지’의 징계를 받아 그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20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찌질하다”고 언급해 논란이 돼 윤리위원회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적이지 못한 징계”라며 “찌질한 징계다. 바보들 마음대로 하라”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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