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가벼운 전기자극 주면 노인 기억력 20대로 회복"

美 보스턴대 연구팀 발표
60·70대 뇌에 약한 전류 보내
청년 수준 작업기억 향상 효과
"인지기능장애·치매 치료 응용"

미국 보스턴대 연구팀이 머리에 붙인 전극을 통해 뇌를 자극, 작업기억이 향상되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60~70대 노인의 두피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작업기억(working memory)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20대 청년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대 로버트 라인하르트 심리·신경과학과 교수팀은 지난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노인들의 작업기억 저하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작업기억이란 뇌로 들어온 여러 정보를 잠시 저장했다가 얼굴인식·계산·추리·의사결정 등에 활용하는 능력으로 노화와 함께 저하된다.

연구팀은 60~76세 노인과 20대 청년 각 42명의 머리에 붙인 여러 개의 전극을 통해 25분간 약한 교류전류를 흘려줘 대뇌피질의 신경세포를 자극(경두개 교류자극·tACS)했을 때와 그러지 않을 때의 작업기억을 테스트했다. 컴퓨터 화면에 하모니카, 깨진 달걀 등을 보여주고 몇 초 동안 화면을 비운 뒤 처음 보여준 것과 같거나 미세하게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차이가 있는지를 묻는 방식이다. 작업기억과 관련된 뇌 전두엽과 좌측두엽의 뇌파 흐름 변화도 관찰했다.


두 그룹 모두 전기자극을 받지 않았을 때는 청년들의 테스트 성적, 즉 작업기억이 노인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하지만 노인들에게만 전기자극을 했을 때는 작업기억이 비슷했다. 전기자극 전 점수가 가장 낮았던 노인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노인들의 작업기억 향상 효과는 자극 후 50분간 지속됐으며 연구팀은 최대 5시간은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청년들은 전기자극을 받았을 때와 안 받았을 때의 작업기억 차이가 아주 미미했다. 이는 청년들의 경우 전두엽과 작업기억 영역이 주기적으로 동기화돼 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하는 반면 노인들은 뇌 영역 간 정보 교환, 장거리 신경 연결이 약화돼 작업기억과 인지기능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뇌 전기자극 기술을 활용해 핵심 뇌 영역을 분리함으로써 청년들의 작업기억을 일시적으로 혼란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라인하르트 박사는 “작업기억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꾸준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뇌 전기자극을 통해 노인들의 작업기억 저하를 되돌릴 수 있음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인지기능 장애와 치매·정신분열증 등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펜실베이니아대 뇌과학자인 마이클 카하나 박사는 “이 기법이 나이 관련 기억력 감소와 치매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로버트 하워드 런던대 노년정신과 교수는 “뇌 자극을 통한 작업기억의 향상은 다른 분야의 인지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잠재적 부작용과 함께 평가돼야 한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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