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연합뉴스
주식 과다 투자 의혹을 받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공무로 인한 출장 경비도 주식계좌로 받은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지나치게 많은 주식 보유·거래 문제로 여야 의원을 막론한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남편이 모두 한 일이라 잘 모른다”는 취지의 답을 반복했다.
이 후보자는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최한 인사청문회에서 “공무 출장·연수비 650여 만원을 남편 계좌에서 지출하고 증권 계좌로 입금받은 뒤 주식을 거래하지 않았느냐”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내가 먼저 지출하고 여비를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남편 돈으로 여행을 가고 국민 세금을 증권계좌로 받은 건 맞지 않느냐”는 장 의원의 추궁에 결국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증권 어플리케이션 등을 휴대폰에 깔았느냐”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질문에는 “휴대폰에 앱도 없고 남편이 전부 다 했다”고 말했다.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관련 재판을 맡은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성을 적극 부인했다. 해당 재판은 이테크건설의 하도급 업체가 고용한 기중기 기사의 과실에 대해 보험회사가 업체 측 배상을 주장하며 제기한 민사소송이었다. 당시 재판장이었던 이 후보자는 하도급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 후보자는 “이테크건설이 소송 당사자가 아니었다”며 “원고는 이테크건설이 피보험자로 된 보험계약상 보험회사였는데 보험회사가 패소하면서 이테크건설에 불리한 판결이 됐다”고 설명했다. 재판을 마친 뒤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이테크건설 주식을 추가로 집중 매입한 데 대해서는 “내부 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위법적 요소는 전혀 없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와 배우자는 전재산 42억6,000만원 가운데 83%(35억4,000여만원)를 주식으로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입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 부부는 이테크건설, 삼광글라스 등 OCI그룹 계열사 주식만 전체의 67% 이상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선 “장남은 증여세를 냈고 성인이 된 장녀는 5,000만원 공제 한도가 있어서 부과 대상이 아닌 것으로 세무사의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2013년 당시 각각 만 13세, 만 8세였던 자녀들에게 펀드 상품을 가입시키고 2018년까지 각기 3,700만원씩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채 의원은 “실무 문제 때문에 장남은 안 내더라도 장녀는 냈어야 했다”며 “법률가가 스스로 판단도 못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법을 해석했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자는 이 지적에 “그렇습니까”라며 별 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서면 답변서에서 5.18민주화운동 폄훼, 낙태죄 폐지 등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 것을 두고 “기회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관련 사건이 현재 계류 중이라 후보자 입장에선 밝히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가 국제인권법연구회 발기인이란 점을 겨냥해 “국민이 진보 성향이라고 보는데 그리 생각하느냐”는 이완영 한국당 의원 질문에는 “내 성향이 보수, 진보인지 일률적으로 볼 수 없다”며 “상황 따라 보수이기도 진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법원에 전관예우가 아직 있느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특정 관계 때문에 결과가 바뀐 경우는 없지만 재판 과정의 절차적 편의에 관해서는 전관예우가 아예 없진 않다”고 인정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