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준(오른쪽)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재생불량성 빈혈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이 백혈구·적혈구 등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어린이 환자들에게 조직적합항원(HLA)이 반(半)만 일치하는 부모·형제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평균 93%의 5년 생존율을 기록했다.
이는 조직적합항원이 완전히 일치하는 형제나 비혈연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어린이들의 5년 생존율(각 92.9%, 95.2%)과 대등한 수준이다.
10일 이 병원에 따르면 소아종양혈액과의 임호준·고경남·김혜리 교수팀은 지난 1998~2017년 소아청소년과에서 가족이나 비혈연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어린이 환자 67명의 생존율을 비교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67명 중 32명은 부모·형제의 반일치 조혈모세포를, 35명은 형제 또는 비혈연자의 완전일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임 교수는 “소아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의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은 선진국에서도 70∼80%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완전일치 조혈모세포 이식과 대등한 세계 톱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소아종양혈액과는 2013년 세계 최초로 10명 이상의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반일치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했다. 공여자의 반일치 조혈모세포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를 제거한 뒤 환자에게 이식한다. 이식이 급한 아이에게 부모·형제 등이 신속하게 공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환자와 조직적합항원이 완전히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는 이식해도 환자의 면역세포가 ‘아군’이라고 판단해 공격하지 않지만 이런 유전자형을 가진 공여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골수 안에서 혈구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 골수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이 줄어드는 희귀질환이다. 중증 환자는 계속 수혈을 받아도 조혈모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폐렴 등 심한 감염병과 뇌출혈 위험이 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빨리 이식받는 게 중요하다.
이식한 반일치 조혈모세포가 생착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일로 완전일치 조혈모세포(12~14일), 미국 존스홉킨스병원과 영국 킹스칼리지병원의 반일치 조혈모세포(평균 19일)보다 빨랐다. 생착이 빠를수록 감염 위험이 낮아진다.
연구 결과는 ‘미국 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