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유럽연합(EU)과 수개월 간 갈등 끝에 합의한 재정적자 규모도 다시 확대키로 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막대한 공공부채를 관리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지적에도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EU와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작년 12월 예상치였던 1%에 훨씬 못 미치는 0.2%로 하향 조정한 경제재정문서(DEF)를 공개했다. 작년에 EU와 줄다리기 협상 끝에 국내총생산(GDP)의 2.04%로 간신히 합의했던 재정적자 규모도 GDP의 2.4%로 올렸다.
이탈리아는 작년 3·4분기와 4·4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사실상 경제 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경우 올해 성장률은 0.1%가 될 수도 있다”며 “이탈리아의 심각한 경제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공공부채에 대한 부담으로 경제 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이탈리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로 대폭 깎고 재정적자 비율은 2.7%로 크게 올렸다.
특히 이탈리아가 지난해 EU와 합의했던 재정적자 수준을 어기면서 또 다시 갈등이 격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EU는 특정국가의 공공부채 상한선을 GDP의 60%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지난해 기준 GDP의 132%에 달한다. 이에 EU는 이탈리아가 재정적자를 엄격하지 관리하지 않고 확장정책을 펼칠 경우 그리스식 채무 위기가 닥쳐 EU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탈리아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이러한 암울한 경제전망에도 오히려 국가 재정에 추가로 부담을 줄 수 있는 감세안까지 이번 DEF에 넣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연간 소득이 5만유로 미만인 가구에는 15% 또는 20%의 단일 세율을 적용해 세금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자영업자 등의 표심을 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편 이탈리아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유럽의회 선거를 공략하기 위해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증손자를 영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카이오 줄리오 체사레 무솔리니는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 해군의 잠수함 승조원 출신으로 이탈리아 군수 회사의 중동 대표로 일한 전력이 있으나 정치 분야에서는 아무런 경력이 없다. 그의 정계 진출 계획에 항의가 잇따르자 한때 페이스북은 그의 프로필페이지를 삭제하기도 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