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무솔리니 증손자, 정계 진출 선언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후손이 극우정당에 몸담고 정계 진출을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과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증손자인 카이오 줄리오 체사레 무솔리니(50·사진)는 지난주 말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극우정당 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정치는 처음이지만 내 모든 생애에 정치와 호흡해왔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이오 무솔리니는 여성 정치인 조르지아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극우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유대인들을 억압했던 무솔리니의 후세가 정계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곳곳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한때 그의 계정을 차단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유럽 일대에서 혐오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차단한다는 명목하에 거친 말을 내뱉는 일부 극우 정치인들의 계정을 차단한 바 있다.

이에 카이오 무솔리니는 “내 성이 ‘무솔리니’라는 이유만으로 페이스북이 내 계정을 막은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며 “이는 우파 정치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이기도 하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자신의 계정 차단이 극우 정치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카이오 무솔리니가 핏대를 세우자 페이스북은 결국 그의 계정을 복구했다. 카이오 무솔리니는 “페이스북이 실수를 인정했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무솔리니의 후손의 정계 진출은 그가 처음은 아니다. 무솔리니의 손녀인 알레산드라 무솔리니(52)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소속으로 2014년부터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복 자매인 라켈레 무솔리니(44)는 현재 로마 시의회 의원을 맡고 있다.

1922년부터 1943년까지 이탈리아를 통치한 무솔리니는 1940년 나치 독일 편에 서서 2차 대전에 참전해 이탈리아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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