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사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3년 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각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에 10일 제출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관련기사 3면
자구안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이 정상화돼도 경영복귀는 절대 없으며 박 전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도 대주주 책임 차원에서 추가로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 박 전 회장과 아들 등의 금호고속 지분 42.7%는 이미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대주주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 전 회장과 일가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압박한 결과다.
금호고속은 ‘박 전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지주사다. 박 전 회장은 이미 채권단에 대부분 담보로 잡혀 있는 금호고속 지분을 제외한 사실상의 모든 지분을 채권단에 위임한 셈이다. 금호 측은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여신을 담보로 잡은 박 전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지분(42.17%)을 풀어주면 이 지분 역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자구안에 담았다. 채권단 등의 우려를 반영해 사실상 박 전 회장 스스로 경영복귀 가능성을 던져버린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은과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체결하고 앞으로 3년간의 경영정상화 기간에 이행 여부를 평가받기로 했다. 부여된 목표 달성 기준에 미달하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주주인 박 전 회장과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자산을 포함한 그룹사 자산을 매각해 지원자금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날 오후 채권단회의를 긴급 소집해 자구안을 검토한 후 조만간 자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