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해외 유학·이민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이민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해외 이주자 통계가 엉망이다. 매년 1,500명 이상의 두뇌급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미국과 캐나다·호주 등으로 매년 2만여명이 이민을 떠나는 가운데 정부는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와 미국·캐나다·호주 정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과 캐나다·호주 등으로 이민을 떠난 한국인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인다. 캐나다와 호주 정부가 발표한 최근 이민 비자 발급 현황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지난 2012년에 5,311명의 한국인에게 이민 비자를 발급했다. 호주 정부는 3,336명이다. 미국 정부는 1만3,216명에게 이민 비자 발급을 허용했다. 한국인의 이민 선호국인 이들 3개국의 한국인 이민 비자 발급 건수는 전체 2만1,863건(2012년)에 달한다. 반면 우리 외교부는 2012년에 이들 3국으로 떠난 이민자 규모를 511명으로 집계한 상태다. 한국 정부와 미국·캐나다·호주 정부가 발표한 규모의 차이는 무려 42배에 달한다.
미국만 놓고 봐도 외교부와 미국 정부의 수치는 큰 폭의 차이를 보인다. 우선 2000년 통계를 보면 외교부는 미국(5,244명)과 캐나다(9,295명), 호주(392명) 등을 포함해 전체 1만5,307명이 이민을 떠난 것으로 집계했다. 이들 3개 국가 중 국가별로 이민 비자 발급 현황을 공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미국 정부는 2000년에 6,905명에게 이민 비자를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5,244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은 6,905명의 한국인에게 이민 비자를 발급한 것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의 경우 한미 간의 통계가 더욱 차이를 보인다. 미국 정부는 2017년에 1만2,710명에게 이민 비자를 발급한 반면 외교부는 미국 이민자 규모를 570명으로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역시 미국 정부는 1만4,881명에게 비자를 발급했지만 외교부는 362명만이 이민을 떠났다고 파악하고 있다. 외교부의 통계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국무부의 비자 발급 통계와 괴리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주공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이 이민을 떠나려는 국민에게 이주 여권을 발급받게 하고 각국 정부에 이민 비자를 발급할 때 이주 여권에만 비자를 발급해줄 것을 요청해 오히려 과거 이민자 통계가 더 정확하다”며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호주 등이 일반 여권에도 이민 비자를 발급하면서 이민자들이 일반 여권으로 이민 비자를 받아 떠나면서 외교부 통계는 무의미한 통계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역시 이 같은 해외 이주자 통계의 허점을 인지하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영주권 취득부터 이민으로 간주하고 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해외 국가로 떠날 때나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면 해외 이주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강제 규정이 아닌 만큼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외교부가 집계하는 해외 이주자 규모는 해외 이주자 신고를 한 사람들만을 취합한 것으로, 타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내국인의 규모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이주 여권 발급을 통해 해외 이주자 규모를 파악할 수 있어 수(受)민국 비자발급 현황과 근사한 추이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이주 여권 제도가 없어지고 강제력이 없는 해외 이주자 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외 이주자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