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베네지아의 팝업 공간에 차려질 불가리 팝업스토어
오는 5월 18일 이탈리아 콘셉트의 대형 크루즈 ‘코스타 베네지아’는 중국 관광객들을 태우고 상하이를 출발해 아시아 전역을 돕니다. 그러나 이 크루즈 여행은 다른 일반적인 크루즈와는 좀 다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명품쇼핑을 위한 여행이라는 거죠. 크루즈 안에는 베니스의 럭셔리 쇼핑거리 이름을 딴 ‘칼 라르가(Calle Larga)’라는 팝업 쇼핑공간을 만들어 놓았네요. 자그마치 2,432평 규모의 팝업 공간에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불가리, 티파니, 까르띠에, 발리, 예거르쿨트르, 막스마라를 포함한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의 옷부터 쥬얼리, 액세서리가 가득 채워진답니다. 그 옆 760평 공간에는 끌레드뽀 등 각종 화려한 화장품이 ‘크루즈 쇼핑’을 하러 온 중국인들을 유혹할 태세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번 크루즈 여행의 묘미는 크루즈 안에서 ‘갇힌’ 채 자의반 타의반 ‘불가리 쥬얼리쇼’의 향연에 빠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까르띠에나 에르메스, 루이비통의 전시회를 가면 항상 느끼는 바지만 전시회만 끝나면 그 브랜드의 팬이 되고 충성도가 높아집니다. 육지로 도망갈 수도 없는 바다 위에서,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현란한 다이아몬드의 강렬한 유혹에서 어느 여행객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더구나 내 옆의 친구가, 함께 승선한 관광객이 지갑을 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분명 쇼핑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코스타 베네지아 크루즈배에서 펼쳐지는 불가리 패션쇼.
◇‘크루즈 여행’이라는 포장지 안에 숨은 명품의 속내=고고하게 백화점이나 명품거리의 로드숍에 있던 명품의 쇼룸이 그대로 크루즈로 자리만 이동했을 뿐 ‘크루즈 여행’의 포장지 속에는 명품의 명민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명품들의 교활한 ‘이래도 안 살 거니’ 전략은 갇힌 공간에서 여행객의 쇼핑 의욕을 극대화 시킨 후 지갑을 통째로 털어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죠. 이번 상품을 기획한 스타보드 아시아 총괄매니저 데렉 웡은 “명품 쇼핑은 중국인들의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배 위에서 세금이 면제되는 ‘택스 프리’ ‘듀티 프리’ 혜택까지 받는다”면서 “중국인들의 명품 식욕은 전세계적으로 더욱 왕성해지고 있다”고 의기양양해 합니다. 명품 브랜드를 흡입하다시피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명품들의 중국인 공략은 이처럼 갈수록 지능적이네요.
상하이에서 팝업 형태로 열린 에르메스 ‘실크믹스’ 이벤트.
◇“찾아갈게 기다려”…2030 당신은 호갱님=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전세계를 돌며 전시회부터 신제품 론칭까지 장소와 테마를 바꿔가며 팝업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고객을 만나러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의 신비주의 정책은 명품 브랜드 각자의 브랜드 히스토리북에 묻어두고 말이죠. 고귀한 제품을 럭셔리하게 장식한 매장에 가둬뒀던 ‘가두리 양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바다 위가 됐던 길거리가 됐건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열정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말 베이징에서 8일간 뮤직 레코드 스코어 팝업 이벤트 ‘실크믹스’를 열어 중국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답니다 .이 전시회를 장식한 앨범들은 지난 몇 년 간 에르메스의 런웨이쇼에 등장한 음악들이 담긴 앨범들로, 그 겉표지는 에르메스가 현재 판매 중인 다양한 스카프의 디자인으로 장식해 소유하고픈 욕망을 불러 일으켰죠. 확신컨대 대형 사이즈의 에르메스 스카프가 엄청 팔렸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에르메스는 음악을 이용해 에르메스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감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역시 ‘에르메스’라는 평가를 낳았답니다.
팝업의 힘이 번지면서 한국에서는 명품의 출점 공식도 달라졌습니다. 명품의 자세를 180도 바꿔 놓은 배경에는 ‘나심비’에 취해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밀레니얼 세대의 득세가 자리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중국과 중동 등 일부 국가에서만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충성고객층이 경기 불황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20~30대 신규 소비층의 소비 파워야 말로 명품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니까요.
◇최초, 최대, 유일 ‘팝업스토어’ 론칭 봇물=루이비통은 11일부터 2주간 ‘뉴 클래식’ 백으로 자리 잡은 ‘트위스트 백’ 팝업스토어를 이태원에 있는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운영합니다. 루이비통이 국내에서 매장이나 백화점을 아예 떠난 뜻밖의 장소에서 팝업을 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더 나아가 루이비통이 핸드백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 또한 한국이 처음이랍니다. 루이비통의 트위스트 백은 루이비통 여성 콜렉션 아티스틱 디렉터인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2014년 처음 선보인 제품. 알파벳 V 모양 형태의 이중 메탈 잠금장치 장식을 회전하면 브랜드를 상징하는 LV 로고의 형태를 띠는 디자인인데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루이비통에 온 후 제일 먼저 바뀐 모습입니다.
루이비통이 11일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바이닐플라스틱’에서 전세계 처음으로 핸드백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다.
루이비통이 11일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바이닐플라스틱’에서 전세계 처음으로 핸드백 팝업 스토어를 선보였다.
샤넬은 다음달 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자그마치 한 달 간 새로 선보이는 ‘제이트웰브(J12)’ 시계 라인의 700만원대 신제품으로 젊은 층의 시계 소비를 부추길 준비에 한창입니다. 길어봤자 보름을 넘기지 않는 일반 팝업스토어와는 달리 1달간 속편히 샤넬을 보러 온 고객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죠. 사실 샤넬이나 구찌 등 잘 가는 명품 브랜드를 구경할라치면 줄을 서서 들어가야 했기에 줄 서는 것 조차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저같은 고객조차 백화점에 들르면 어쩔 수 없이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분명 샤넬 신제품을 보러 가자며 백화점 로비에서 약속을 하는 대학생, 20~30대 직장 여성이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 년에 가격을 세 번을 올리는 콧대 고공행진 중인 샤넬이 줄을 서야만 들어올 수 있는 숍의 문을 열어 제치고 1층 로비로 내려오는 것은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입니다. 얼마 전에는 높이 8m, 총 무게 5톤의 초대형 ‘샤넬 NO.5 L’EAU(로) 레드 에디션’을 롯데백화점 본점 밖에 설치해 한정판 출시를 대대적으로 알렸습니다. 지난해에는 젊은 층의 성지인 홍대에 오락실 형태의 팝업 매장 ’코코게임센터‘를 열어 샤넬이 직접 제작한 게임기를 선보였는가 하면 강남역에 ‘레드 뮤지엄’ 팝업스토어를 열고 샤넬의 레드 립스틱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죠.
◇백화점 1층 명품 브랜드 쇼룸으로 재탄생=최근 한국의 백화점 1층 팝업 공간에 명품 브랜드가 줄을 이으면서 1층이 명품의 전쟁터가 됐다고 합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백화점의 얼굴인 1층 로비가 그야말로 로비의 대상이 되어 버린 거죠.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층 팝업 공간인 ‘더 스테이지’는 외국인과 내국인의 유동 인구가 많아 신상품과 한정판을 선보일 때 고객 반응을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귀띔합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팝업스토어 브랜드 덕에 같은 기간 일제히 매출도 올랐습니다. 로저비비에, 샤넬, 디올 등이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동안 강남점 명품 매출은 30% 이상 오르는 기록도 만들었지요.덕분에 더 스테이지 대여는 연말까지 예약이 다 찼다고 합니다.
/생활산업부장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