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울며 내보냈던 매그나칩 되찾나

인수 검토 중으로 알려져
당장은 시너지 크지 않지만
비메모리 성장전략에 달려


‘15년 전 눈물을 머금고 내보냈던 자식을 찾았다.’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한다면 이런 제목이 뽑히지 않을까. 하이닉스 전신인 LG반도체의 시스템반도체사업부였던 매그나칩은 지난 2004년 채권단 관리하에서 미국계 펀드에 매각된 업체다. 이 회사가 4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고 하이닉스가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루성 짙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날지에 이목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다. 시너지가 크지 않은 탓이다. 매그나칩은 연간 매출이 7억5,090만달러(2018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칩 설계는 물론 파운드리(위탁생산)도 한다. 비메모리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하이닉스로서는 글로벌파운드리와 함께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문제는 매그나칩의 기술력. 파운드리 업계 8위라지만 점유율이 1% 남짓이다. 최신 300㎜ 팹도 없다. 구형이라는 200㎜ 팹만 있다. 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시스템아이씨도 300㎜ 팹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쪽에서는 시스템아이씨가 조만간 중국으로 완전히 옮기는 점에 주목한다. 하이닉스로서는 파운드리의 국내 근거지가 사라져 매그나칩의 국내 공장(청주·구미)이 그 틈새를 메울 카드가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도 억지춘향식 해석일 수 있다. 시스템아이씨는 그간 하이닉스가 넘긴 설계도에 맞춰 이미지센서(CIS)를 생산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하이닉스가 CIS를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렇게 되면 파운드리 관련 국내 물량이 사라진다. 파운드리 공장을 중국과 국내에 이원화할 이유가 궁색하다. 이런 사정에도 인수 후보군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는 하이닉스가 매그나칩과 링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임원은 “매그나칩 인수 메리트는 하이닉스가 어떤 성장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