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물류 세계적 반열 올려놓은 선도적 기업가"

故 조양호 회장 빈소 애도 행렬
허창수 "한국 위상높인 민간외교관"
최태원 "존경하는 어른 잃었다"
정치·경제·문화 등 각계 인사 발길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에서 한 임원이 분향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먼 곳에서 들려온 비보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먹먹함이 밀려옵니다. 대한민국의 길을 여는 선도적인 기업가셨습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지난 8일 미국에서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의 운구가 12일 오전6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자 경제계와 정치권 등 각계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오전10시 허창수 회장은 조 회장을 기억하며 “지난 45년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물류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으셨다”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민간 외교관이셨다”고 추도했다. 조 회장은 한국의 작은 항공사를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며 경제계와 국가에 큰 족적을 남겼다.

8일 미국에서 숙환이던 폐 질환으로 별세한 조 회장은 이날 대한항공(003490)의 KE012편으로 조국을 향해 마지막 비행을 하고 오전4시4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조 회장의 마지막 비행에는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전무가 동행했다. 조 사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고 하셨다”는 조 회장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선대인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후 조양호 회장과 형제들은 항공과 해운·금융업을 나눠 가졌지만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 사이 국내 최대이자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무너졌고 한진중공업(097230)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자녀들에게 선대가 일으킨 사업을 잘 이끌어달라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


오전10시37분께 장례식장에 상주인 조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도착했고 조현아 전 부사장도 11시5분께 빈소에 자리했다. 11시15분께 조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이 장례식장에 왔다. 11시21분께 차녀 조 전 전무가 입장했다. 모두 슬픔으로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꾹 닫고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고인을 추도하는 화환이 잇따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전10시께 화환을 보냈고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애도의 꽃을 보내왔다. 문 대통령의 화환은 고인의 영정(정면 기준) 왼쪽에 자리했다.

조문이 시작된 정오부터 재계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계에서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빈소를 찾았다. 오후12시56분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그는 “존경하는 어른을 잃어 안타깝다”며 슬픔을 표했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고인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오후3시께 도착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고인은) 훌륭한 분이었다”고 전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한국의 항공산업을 일으키고 평창올림픽 유치에 지대한 공로를 세우신 분”으로 추켜세웠다. 롯데그룹과 현대그룹 등에서도 사장단의 추도가 이어졌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기자 최불암과 탁구선수 유승민 등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한진그룹은 석태수 한진칼(180640)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고인을 기린다. 장례기간은 이날 정오부터 오는 16일로 5일장이다. 발인은 16일 오전6시이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대한항공 본사,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빌딩, 부산·광주·제주 지점, 소공동 한진빌딩 등 국내 13곳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등 해외 지역본부 6곳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유가족의 뜻에 따라 부의금은 받지 않는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과장으로 입사해 1992년 사장, 1999년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을 지냈다. 작은 항공사이던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시켰고 평창올림픽 유치 등 문화·스포츠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지낸 고인은 100억원 이상을 탁구 발전을 위해 지원하기도 했다. 또 육군으로 베트남전쟁에 파병돼 11개월을 근무한 후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바 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이호재기자. 2019.04.12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양호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이호재기자. 2019.04.12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이호재기자. 2019.04.12
이재현(오른쪽) CJ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2019.04.12

배우 최불암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양호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이호재기자. 2019.04.12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양호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2019.04.12

최태원 SK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양호 회장 빈소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호재기자.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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