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맬패스 신임 세계은행(WB) 총재/AFP연합뉴스
국제금융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수장들이 글로벌 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중국을 직접 지목하며 ‘차이나 머니’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막대한 빚을 안기고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대한 견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맬패스 신임 WB 총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IMF·WB 춘계회의’에서 “아프리카 17개국은 이미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며 “새 계약들이 체결되면서 그 숫자는 늘고 있으며 투명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날 맬패스 총재의 발언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인해 개도국이 떠안는 빚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로 해석된다.
‘대(對)중국 강경파’인 맬패스 총재는 취임 이전부터 저개발국에 막대한 빚과 질 낮은 사업을 떠안긴다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맬패스 총재는 대출이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출이) 투명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채는 경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 세계 일부는 너무 많은 빚을 떠안았다”며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
CNBC는 미국 재무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은 올 1월 기준으로 1조1,2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등 다른 나라에 수조 달러 규모의 돈을 빌려줬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라가드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EPA연합뉴스
이날 크리스틴 라가드르 IMF 총재도 개발도상국들의 높은 부채 수준과 불투명한 부채 규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라가르드 총재는 “대출자가 다원화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등으로 구성된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비회원이 제공한 공공부채가 생기면서 향후 이뤄질 채무 구조조정은 10년 전보다 복잡해질 것”이라며 중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IMF와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된 데에도 중국에서 빌린 자금의 불투명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10여년이 지난 현재 부채상환이 한계에 직면한 국가들이 속출하자 IMF가 나서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그는 이어 “WB와 IMF는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채의 조건과 규모, 만기일 등을 알아내기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