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과 부디만 살레 PT.PAL 조선소 사장이 잠수함 건조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서 최대 고비로 꼽히는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달 초부터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상호 실사에 들어간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자문사와 계약을 맺고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사전 실무접촉을 시작했다. 반(反)독과점 전통이 강한 EU는 해외 심사 중에서도 가장 난관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12일 현대중공업그룹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5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결합신고서를 제출한 뒤 6월부터는 해외 각국에 결합심사를 본격 신청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심사를 신청해야 할 국가로 대우조선과 공통으로 매출이 일어나는 EU와 중국·일본·미국·캐나다 등 10개국을 꼽고 있다. 신청 국가는 현재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실사가 끝날 무렵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간담회를 열어 “내부적인 검토 결과 충분히 결합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올해 말 심사를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업결합심사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EU 심사는 사전 접촉 절차가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자문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주부터 EU와 실무접촉을 시작했다. 앞서 유럽의 고위 경쟁당국자들은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해당 심사와 관련,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쟁 제한으로 선주 등 소비자 이익이 침해된다면 인수를 불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와 주요 국가 자문사를 확보했고 사전 협의 결과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다”며 “정부 기관 등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을 의결해 조선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회사를 나눌 계획이다.
한편 대우조선은 이날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발주한 1,400톤급 잠수함 3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총 계약규모는 1조1,600억원에 이른다. 전장 61m로 40명의 승조원이 탑승할 수 있으며 각종 어뢰·기뢰·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는 8개 발사관으로 무장할 계획이다. 2026년 상반기 인도네시아 해군에 인도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총 20척의 잠수함을 수주한 ‘잠수함 명가’”라며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측은 현재 동남아와 중남미 지역 각국에서 추가 잠수함 수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