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0.63달러 오른 64.6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1월 2일 배럴당 46.54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약 38.8%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국제 유가는 지난달 20일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양상이다.
이 같은 유가의 상승은 당초 시장에서 바라본 전망치를 크게 웃돈다는 평가가 많다. 올 초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원유 가격 강세에 전망치는 배럴당 65달러 선으로 상향 조정됐다.
올해 초 OPEC 회원국과 OPEC+(비(非)OPEC 산유국)는 원유 가격 상승을 위해 공급량을 하루 120만 배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최근 리비아가 사실상 내전에 돌입하고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유가 상승세에 불씨를 자극했다.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를 국제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유가를 끌어올린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원유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원유 펀드의 수익률도 강세를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KODEXWTI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의 경우 이달 들어서 12.22%의 수익률을 냈고, 연초 이후 수익률은 40.2%에 달한다.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도 최근 한 달 간 7.38%를, 올해 들어서는 32.68%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난다. 원유 상품이 포함된 ‘천연자원펀드’의 최근 한 달 간 평균 수익률도 5.83% 수준이고, 올해 들어서는 16.64%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석유시장 수급 사정이 매우 빠듯할 것으로 내다보며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최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원유 수급이 빠듯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가 올 한 해 동안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6월 OPEC 총회 등의 결과에 따라 유가 흐름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OPEC 총회에서는 감산 연장 등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원유 생산량도 고려해야 하는 변수로 꼽힌다. 안예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확대될 수 있어 추가 상승은 제한적인 것”이라면서도 “OPEC의 감산 기조까지 고려한다면 유가는 현 수준에서 보합권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