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덮치는 실물위기]지방저축銀 연체율 급속 악화...일부는 부실 못이겨 매물로

경주 대원저축銀 연체율 51%까지 치솟아 매각절차
부산 S&T·솔브레인 등도 고정이하여신비율 2배↑
저축·지방銀 다중채무 비율도 높아 연쇄 부실 우려

실물경기 부진 여파로 지방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에 잇따라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한 저축은행을 방문한 고객이 저축은행을 방문하고 있다./서울경제DB

조선·자동차 등 지방에 거점을 둔 주력산업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지방 저축은행이나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경기 부진이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지방 저축은행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전년보다 급증했다.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구조조정 등으로 직원들을 내보내자 고정적인 수입원이 끊기면서 계획된 대출 원리금 상환에 차질을 빚는 차주들이 늘어난 것이다.

14일 본지가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저축은행 35개사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도 실물경기 부진이 금융부실로 전이되는 게 그대로 나타났다. 지방 저축은행 가운데 60%가 지난해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부산·경남지역에 영업 기반을 둔 솔브레인과 S&T·우리·진주·DH저축은행 등은 일제히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급증했다. 솔브레인은 지난 2017년 4.32%이던 비율이 지난해 7.38%로 증가했고 S&T는 1.1%에서 6.98%, 우리는 5.15%에서 9.48%, 진주는 9.36%에서 11.17%, DH는 4.6%에서 7.26%로 각각 증가했다.


대구·경북 등 나머지 지방 저축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대백은 같은 기간 7.78%에서 12.1%로 비율이 증가했다. 경주 지역이 기반인 대원은 9.59%에서 52.05%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한꺼번에 급증하면서 부실 위기에 몰리자 매물로 나와 인수합병(M&A)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이 큰 대원을 인수하겠다는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 최근 금융당국이 인수승인 전 대주주적격심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4년간 대출 부실이 누적돼온 대원은 지난해 역대 가장 높은 51.4%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대원은 전체 대출자산 중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비중이 5대5 수준으로 이상적이지만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실을 버티지 못해 매물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원저축은행 측은 “드릴 답변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호남지역의 스마트 역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7.1%에서 10.73%로, 충청지역의 대명도 4.5%에서 6.92%, 상상인플러스는 1.93%에서 5.41%로 각각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부실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은행이 건전한지를 따지는 대표적인 지표다. 고정이하여신의 비중이 크면 대출이 부실화할 위험이 높고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처럼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저축은행 고객이 맡긴 예금(1인당 5,000만원 초과분)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또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 저축은행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부산·경남지역의 우리저축은행은 2017년 연체율이 4.81%였지만 1년 만인 지난해에는 10.05%까지 치솟았다. 연체율 관리를 잘해오던 대구·경북의 드림저축은행마저 2017년 0.76%였던 연체율이 지난해 2.1%로 급등했다.

문제는 실물경기 부진의 여파가 저축은행을 넘어 지방 시중은행으로도 전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은행의 부실채권(NPL) 커버리지(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5.09%로 국내 전체 은행 평균인 116%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은 급속히 늘어나는데 실적 부진 등으로 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남은행(86.02%)과 대구은행(87.75%), 부산은행(91.33%) 등 다른 지방은행도 전체 은행 평균치(116%)에 비해 20~30%포인트나 낮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가계나 기업 부실의 충격파가 커질 수 있는데 지방은행의 경우 이를 흡수할 충분한 여력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실제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통해 “최근 일부 지역 경기 부진 등으로 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 및 상호금융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감원도 오는 24일부터 한은과 공동으로 부실위험에 놓인 자영업자 대출 검사에 착수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부실 가능성이 높은 지방의 취약차주나 한계기업은 저축은행은 물론 지방은행에서도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방은행이 부실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물경기 악화가 금융 부실로 전이되는 상황에서 외부의 충격파가 더해지면 새로운 유형의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최저임금·경기침체 등이 변동성 요소로 지방 저축은행에 타격을 주면서 연체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며 “장기적으로 실물과 금융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지윤·김기혁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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