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車 생산성 엉망인데 국내 생산 늘리라니…

국내 자동차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북미에서 생산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와 인도 소형 SUV ‘SP2’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사측에 요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작업 전환배치 때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를 내놓았다. 자동차 노조의 이 같은 요구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흐름 속에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 같다. 해외판매 물량을 한국 생산라인으로 돌려 국내 고용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와 기아차 노조는 고용안정 문제를 올해 주력 투쟁 분야로 삼고 있어 노조의 경영 참여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의 주장은 우선 전임 지도부가 해외생산에 합의한 것을 뒤집는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잘 팔리는 차를 운송비까지 추가로 부담하며 한국에서 만들자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된다. 인도의 경우도 국내에서 생산한 뒤 수출하면 관세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내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차량 1대당 평균 생산시간(HPV)은 2015년 기준 현대차가 26.8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포드 21.3시간, GM 23.4시간보다 길다. 2016년 기준 평균 임금도 한국 완성차 5개사는 9,213만원으로 도요타 9,104만원, 폭스바겐 8,040만원보다 높다.

인건비는 높은데 강성노조와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국은 자동차 생산에서 매력을 거의 잃었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빅10 국가 중 한국만 유일하게 3년 연속 생산량이 줄었고 올 1·4분기에는 10년 만에 생산량이 최저치에 그쳤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내 생산을 늘리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자동차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 전에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생산성을 올릴 방안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것만이 해외로 나간 일자리가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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