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韓 4차산업 무차별 공습

'2018 IP 트렌드 연차보고서' 입수
ICT 접목 산업군 크게 늘어나자
NPE, 국내대기업에 132건 소송
1년새 23% 껑충…증가세 가팔라


# LG전자(066570)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특허관리금융회사(NPE) 와이랜으로부터 프리미엄폰 G7 씽큐(ThinQ)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까지 총 92종의 단말기기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와이랜은 지난 2010년 LG전자를 대상으로 성인채널 같은 특정 콘텐츠 접근을 차단하는 기술에 대해 첫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TV 관련 기술을 침해했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지난해 스마트폰까지 영역을 넓혀 또 소송을 벌이는 등 약 9년에 걸쳐 LG전자를 표적으로 삼아온 셈이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NPE들의 무차별 소송 타깃이 이동통신 기술과 콘텐츠 등 대표적인 4차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또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되는 산업군이 늘어나면서 관련 특허가 많은 삼성·LG전자 등 국내 대기업 대상 특허침해 소송이 급증하는 추세다.

15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2018 지식재산권(IP) 트렌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내의 국내 기업과 NPE 간 분쟁건수가 132건에 달했다. NPE는 미리 확보한 특허를 토대로 제조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특허침해 소송전을 벌이는 업체다. 특히 NPE들의 특허소송이 4차산업 관련 분야에 집중돼 이동통신 등 관련 기술 소송 건수가 114건으로 전체 소송의 86%나 된다.

전산업 분야에 관련 ICT 적용이 늘면서 NPE의 소송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NPE가 국내 기업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2016년 87건이었지만 2017년 107건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132건으로 1년 만에 23%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대응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보유한 지식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부당한 소송에는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지난해 미국에서 국내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특허 소송의 약 절반(46%·132건)가량은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금융회사(NPE)가 주도했다. 최근 5년(2014~2018)간 특허 분쟁으로 범위를 넓히면 NPE에 의한 분쟁이 65%(764건)에 달한다.

NPE들의 특허 소송 관련 최근 추세는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정보통신·전기전자 분야의 특허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NPE로부터 피소당한 분야를 살펴보면 이동통신 기술이 52건으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컴퓨터 기술 31건 △오디오-비디오 기술 24건 △디지털통신 기술 7건 등의 순이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과 특허 소송을 벌이는 대표적인 NPE는 유니록이다. 유니록은 컴퓨터 전자기기, 모바일통신 기기 등의 특허에 강점을 갖고 있는 NPE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005930)·LG전자 등에 총 26건의 소송을 건 데 이어 지난해에는 52건으로 소송 규모만 두 배를 늘렸다.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에만 삼성전자를 대상으로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스마트싱스(SmartThings)’ 등을 문제 삼으며 3건의 소송을, LG전자에는 통신 기술 등에 대해 5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유니록이 보유한 특허와) 동종 업계 기업은 유니록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는 등 분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아메리칸페이턴츠는 국내 기업에 5건을, 레드록애널리틱스·다이내믹데이터테크놀로지스·리얼타임어댑티브스트리밍은 각각 4건을 제기했다.

결국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과 같은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삼성전자·LG전자 등이 NPE들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피소 기업은 모두 이동통신 기술과 컴퓨터 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선두 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특허 소송에서 NPE가 이길 경우 분쟁 제품의 판매량에 비례해 보상 액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글로벌 판매처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영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는 “NPE의 우선 타깃은 제품 판매량이 많은 기업”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특허 소송을 가장 많이 당하는 애플처럼 국내 기업의 피소가 늘어나는 것은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NPE의 특허 침해 소송은 제조 업체들에는 혁신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미국 내 소송은 1심에만 수십억원이 소요되는데다 오랜 기간이 걸려 피로감이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2014년부터 특허 대상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등 NPE의 특허 공격을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표적이 된 국내 대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자체 지적재산권(IP) 보호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적극적인 특허등록으로 보호막을 쌓아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특허보유 건수는 전년 말보다 7.9%가량 늘어난 12만8,700건에 이르렀다. 그중 39.5%가 미국 등록 특허(5만804건)다. NPE들이 주로 미국을 거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IP 보호에 한층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등록 특허의 상당수는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스마트폰과 메모리반도체, 스마트TV 등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도 지난해 말까지 5만5,172건의 특허를 확보하는 등 NPE에 대한 공세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해당 특허도 주요 사업 분야인 TV·스마트폰 등에 관한 것이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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