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좁아지는 'LG 플렉시블 OLED'

1위 삼성과 점유율 격차 못 좁히고
中 BOE 물량공세에 업계 3위로
일각 "아예 車 디스플레이 집중을"


LG디스플레이(034220)의 스마트폰용 중소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사업이 기로에 섰다. 업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에는 크게 밀리고 있는데다 후발 주자인 중국의 BOE에까지 따라 잡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BOE가 증설 등을 통해 대규모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이미 선두 업체와 격차가 상당한 플렉시블 OLED를 포기하고 차량용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BOE의 장위 부총재는 최근 “올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5,000만대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약 2,000만~3,000만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지난해 공급한 330만대(IHS마킷 집계 기준)보다 15배나 많은 수준이다. BOE는 최근 공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도 앞으로 플렉시블 OLED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BOE는 푸젠성 푸저우시에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을 짓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BOE의 네 번째 플렉시블 OLED 공장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BOE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으며 특히 중국 정부와 화웨이와 같은 자국 업체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어 앞으로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BOE의 공세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식하고 있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곧이어 BOE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진출하면서 삼성을 쫓아가기는커녕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 지난해 BOE는 이미 LG디스플레이를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0.6%로 1위를 차지했으며 LG디스플레이(4.2%)는 BOE(5.2%)에도 밀려 3위로 주저앉았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BOE의 점유율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3·4분기 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4.0%, BOE가 0.3%였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품질을 앞세운 삼성디스플레이와 저가 공세로 밀어붙이는 BOE 사이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전략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서도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며 “차리리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사업을 접고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단계인 전장용 디스플레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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