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퇴출이냐 재판매냐...美 임상재개 따라 갈릴듯

[식약처 중간조사 결과 발표]
"美검사결과와 국내 유통제품 동일"
코오롱 "안전성에 문제 없다" 주장
식약처 "임상돌입후 성분 바뀌어"
5월까지 美티슈진 방문 추가 실사
FDA 임상 3상 재개 추이따라
식약처, 행정 처분 여부 결정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첫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가 2라운드를 맞이했다. 보건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5일 국내에 유통되는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TC)가 미국 검사 결과와 동일한 신장세포(293유래세포)임을 확인한 가운데 이달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식약처가 벌이는 추가 조사 결과와 미국 식품의약품(FDA) 임상 재개 여부에 따라 인보사에 대한 시장 퇴출 또는 판매재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앞으로 남은 50여 일이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식약처는 이날 인보사를 수거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 Short Tandem Repeat)를 벌인 결과, 주성분 중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중간 정도 증상(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유전자치료제로 주성분은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으로 구성됐다. 이날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국내 유통된 인보사의 2액의 형질전환세포(TC)가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라는 검사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우선 코오롱 측은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15년 전 임상계획과 다른 성분이 투입됐지만, 지금까지 일관된 세포를 사용해온 만큼 안전성과 효과는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코오롱 측은 품목변경 후 판매재개를 희망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TC)가 개발 과정 중에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한 결과를 제출했다”며 “향후 식약처의 자료요청 등에 투명하고 성실하게 임해 이른 시일 내에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오롱 측의 바람대로 품목변경 후 판매재개라는 시나리오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날 식약처가 코오롱 측이 허가 신청을 받을 당시 2액의 주성분이 293유래세포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코오롱이 임상 신청을 할 때 당시만 해도 연골세포가 분명했지만, 임상에 돌입한 후 세포가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9일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 개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는 연골세포로 판단되지만 현재 시판 중인 2액의 주성분이 293세포로 바뀐 경위 및 이유에 대해 추가로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약사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의 등록, 변경 등록 또는 변경 보고를 한 경우 △원료의약품의 변경 등록이나 변경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줬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과 그 효능이 없다고 인정되는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의약품 허가 취소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보사는 3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아야 허가 취소처분을 면할 수 있다.

따라서 식약처는 코오롱 측에 2액 주성분이 293세포로 바뀌었지만, 이를 연골세포로 허가 신청한 경위와 2액 주성분의 제조·생산과 관련한 일체의 자료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미국 현지실사 등을 벌여 시판 중인 2액의 세포가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한 마스터셀뱅크(MCB)에서 유래한 것인지 확인하는 등 안전성 조사 등을 벌여 코오롱 측에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 등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추적하기 위해 최초 투여 후 15년간 장기추적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인보사에 대한 허가 승인을 낸 책임이 있는 식약처가 곧바로 허가취소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미 FDA의 임상3상 재개를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임상 3상은 이번 사태로 중단된 상태로 코오롱 측은 5월 중 FDA와 대면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허가 승인을 낸 세계 첫 유전자 치료제인 만큼 직접 허가 취소를 내리기에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었던 만큼 FDA의 임상 재개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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