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연합뉴스
필리핀 이민국 직원들이 불법체류자 단속을 내세워 우리나라 교민 15명을 체포한 뒤 거액을 받고 풀어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현지 당국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16일 현지 교민 등에 따르면, 사건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6일 오후 7시 30분께 필리핀 북부 팜팡가주 앙헬레스시의 코리아타운에서 발생했다.
이민국 직원이 불법체류자를 단속한다며 우리나라 교민 15명을 체포, 수도 마닐라에 있는 이민국으로 연행한 뒤 별다른 조사 없이 당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께까지 모두 풀어줬다. 불법체류 피혐의자를 체포하면 외국인수용소로 보내 신원을 확인한 뒤 위법 여부와 경중에 따라 처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교민들은 “이 과정에 이민국 직원이 ‘돈을 주지 않으면 구금하겠다’고 위협해 900만 페소(약 1억9,000만원)가량을 줄 수밖에 없었다”며 필리핀 대통령 직속 반부패위원회와 법무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현지 체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당수 교민이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 같은 소식을 듣고 반부패위원회 등에 서한을 보내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관련 보고를 받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필리핀 법무부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이민국 직원 18명의 직무를 정지하고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필리핀 이민국도 당시 체포됐던 우리나라 교민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