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올해의 딜 잡자”…아시아나 매각에 들썩이는 IB업계

매각에 산은 관여...대기업 참여 가능성 커져
국내 매각하지만 CS등 외국계 자문사 활용할 듯
분리매각 가능성, 금호석유화학 움직임 변수


규모나 화제 면에서 올해 최대의 딜(deal)로 꼽히는 아시아나 항공 매각에 투자은행(IB)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국내 대형 거래이면서 KDB산업은행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매각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그간 진성 매각 논란이 일던 금호그룹 관련 인수합병(M&A) 중 성사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으면서 주요 대기업이 몸풀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매각주체는 금호·산은 공동=이동걸 산은 회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011780)화학 지분 매각 등을 자문한 바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IB가 매각주관을 맡고 국내 IB들은 아시아나를 인수하려는 곳에 인수자문을 맡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수후보를 대신하는 인수 자문단 역시 해외 IB가 우위에 있다. 주요 대기업과 거래 관계가 있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씨티글로벌마켓증권·메릴린치 등은 인수후보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역시 인수경쟁 막판에 정보 싸움을 위해 해외 IB를 선호하는 편이다. 국내 증권사나 회계법인 등 국내 자문사는 여러 대기업과 다양한 거래 관계를 갖고 있어서 특정 대기업만 위해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반면 해외 IB는 이 점에서 자유롭다.

국내 회계법인과 증권사, 법무법인은 나머지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국내 회계법인이나 증권사는 공동자문단이나 회계 실사 자문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 EY 한영과 세종, 태평양은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기존 자구계획을 세울 때 자문하고 있어서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자문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의 외부감사인이 아니고, 인수 후보인 SK·롯데·CJ의 감사인이 아닌 삼정KPMG와 딜로이트 안진 역시 자문 계약을 따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그 밖에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자문했던 광장도 자문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인수금액 규모가 크다 보니 공동대출인 인수금융 분야도 기대가 높다. 금호산업 인수 당시 자기자본투자(PI)로 거래를 도운 NH투자증권이나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KB금융그룹 등에서 분주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구조는 여전한 변수=산은과 금호그룹은 아시아나와 자회사를 묶어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인수 후보가 원하면 쪼개 팔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이 따로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후보는 중견기업이나 중형 사모펀드까지 넓어진다. 다만 에어부산 등이 경쟁사에 비해 수익을 내는 이유는 아시아나와 노선을 공유하고 지원부서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어서, 따로 떼어냈을 때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아시아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매각에 공동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호그룹의 모태인데다 항공업과 석유화학 간 시너지를 고려해 금호석유화학이 인수자로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의 여력을 고려하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보다는 금호석유화학이 지닌 아시아나 지분 가치를 최대로 인정할 인수자에게 중장기에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대상에서 제외된 아시아나 항공 지분을 1,055억원에 넘긴 이후 보유하고 있다. 15일 종가 기준 평가차익만 730억원에 달한다.
/임세원·김상훈기자 wh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