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가운데)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상속세율 인하를 포함한 세제개편을 주장하고 있다./오승현기자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한진그룹이 상속세 문제로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끼치는 상속세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약탈적 상속세,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황승연 경희대 교수는 “조 전 회장 타계 후 상속세를 납부한 후 과연 조 일가에 경영권이 이어질 지에 대해 관심이 쏠려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약탈적 상속세와 할증과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본지 4월 10일자 1·3·14면 참조
황 교수와 함께 토론회 발제를 맡은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특히 가업 승계 시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더하면 상속세율은 최고 65%까지 올라 OECD 국가(평균 14.5%) 중 가장 높다는 게 발제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속세 제도로 한진그룹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대한항공·한진 등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의 주식 가치는 약 3,579억원으로,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하면 상속세는 1,789억원이다. 조 회장 일가는 물려받은 주식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배당 소득으로 상속세를 부담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담보대출 한도와 배당금 규모를 고려하면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해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에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상속세를 개편 또는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명예교수는 “약탈적 상속세라고 규정하는 것은 상속세가 근거가 없다는 말”이라며 “당연히 폐지하는 것이 맞고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는 스웨덴·노르웨이·홍콩 등 13개국이다. 이어 조 교수는 높은 상속세 때문에 대기업이 조세 회피를 하려 해 효과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기업은 상속세 회피하게 되며 법에서 이런 행태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없다”며 “금융시장의 발전은 매우 빠른 반면 법체계는 매우 느려 변화하는 금융상품 거래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