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안에 국내 상당수 기업이 ‘손바뀜(대주주 변경)’을 겪을 겁니다. 잘 대비하지 않으면 많은 기업의 명맥이 끊기는 안타까운 일이 생길 수 있는 거죠.”
유성원(사진) 삼성증권 가업승계연구소장은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도 곧 기업 승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초 출범한 가업승계연구소는 삼성증권 내부적으로 파편화돼 이뤄지던 기업 상속 관련 세무·부동산·인수합병(M&A) 등 컨설팅과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통합한 조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중소기업 대표의 평균 연령은 62.6세이며 기업 승계를 희망하는 연령은 73세로 나타났다. 후계자를 정해 기업을 물려주든,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든 10년 내 결정을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승계 방법조차 정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유 소장은 “대표 10명 중 7명꼴(67.8%)로 자녀 승계를 원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실상 ‘무계획’ 상태”라며 “증여·상속 등 복잡한 절차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작고로 한진가(家)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은 대기업이라도 ‘상속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 소장은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창업자의 전문성과 고유의 DNA가 살아 있는 기업의 영속이며 이것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가업 승계는 기업의 소멸을 막는 방패 같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본질(본래 사업)을 지키는 것은 주주 전체한테도 이익이라는 것이 유 소장의 설명이다.
꼭 ‘자녀 상속’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삼성증권은 증권사로서의 이점을 살려 고객이 원할 경우 M&A나 IPO로의 연결까지 효율적으로 해주겠다는 전략이다. 가업승계연구소의 1차 목표 고객군은 매출액 3,000억원 이하 중소기업이다.
지금까지 승계 컨설팅은 은행이나 증권사·회계법인 등 각자가 필요 영역별로 제공해왔다. 이를 한데 묶어 종합 서비스를 하는 것이 가업승계연구소의 강점이다. 유 소장은 UBS·도이체방크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잔뼈가 굵은 자산운용 전문가다. 그는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며 “필요하면 회계법인 등 외부기관과의 협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기업 후계자 교육 프로그램인 ‘넥스트 CEO’를 연계한 것도 특징이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