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노조 합의땐 중형 신차 출시”

부산시청서 오거돈 시장 만나
“韓시장 투자 계속” 의사 밝혀
노조, 18일 임단협 협상 제안
파업 사태 극적 반전 기대도

16일 도미닉 시뇨라(오른쪽)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나 부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경영 활동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제공=부산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신차를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르노그룹 전 세계 연구인력 가운데 중형 세단의 연구역량이 우수한 한국 연구소를 활용한 신차 출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부산공장이 글로벌 다른 공장에 비해 생산성과 인건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서둘러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을 합의하면 지속적인 경영을 담보하겠다는 파격 제안이다. 노조는 이에 19일로 예정된 26차 임단협 협상을 18일로 하루 앞당기자는 제안을 했다. 르노삼성차의 파업 사태가 극적인 반전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7일 르노삼성차는 전날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나 “르노삼성은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으로 앞으로도 변함없이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르노삼성차와 부산시가 커지는 르노삼성차에 대한 불안감을 일축시키기 위해 조율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시뇨라 사장은 신차를 국내 시장에 더 내놓을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르노삼성은 르노 그룹 차원에서도 D세그먼트(중형) 차량의 연구개발과 판매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부산공장은 르노삼성이 한국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서울모터쇼에서 내년 상반기 출시할 신형 크로스오버차(CUV) XM3 인스파이어에 더해 추가 신차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르노그룹 소속 연구소 가운데 차량의 디자인부터 부품조달,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연구소는 프랑스와 한국, 루마니아 등 세 곳이다. 이 가운데 프랑스는 A·B·C세그먼트의 소형을, 루마니아는 저가형 차량에 특화돼있다. 한국은 중형급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개발 역량이 높다. SM6로 알려진 탈리스만은 2015년 세계 시장에 선보였고 곧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를 앞두고 있다. 탈리스만의 후속 모델이 추후 국내 시장에서 개발돼 세계로 수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로 알려진 탈리스만과 중형 SUV인 QM6도 한국이 개발을 주도했다”며 “향후 중형급에서 나오는 새 모델은 한국이 개발을 주도하고 국내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뇨라 사장은 다만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단서를 달았다. 사업을 계속하려면 수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체 생산 물량 22만 여대 가운데 13만 여대가 수출물량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수출을 하려면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글로벌 사업장에 비해 생산성이 우수하면서도 인건비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부산공장은 생산성이 높다. 하지만 생산성이 전 세계 1위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비해 인건비가 30%, 일본 규슈공장에 비해서는 20% 높은 실정이다. 그는 “르노삼성의 내수와 수출이 처해 있는 상황은 서로 다르다”며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뇨라 사장의 깜짝 발언에 대해 “닛산 로그 위탁생산과 신차 수출 물량이 해외 공장으로 이전되며 나온 철수설을 단번에 일축했다”며 “철수설이 끊이질 않는 경쟁사인 한국GM과 선을 긋고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르노삼성차는 파업 여파로 지난 3월 판매량(-49%)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과 노조는 18일 26차 임단협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9일 25차 협의가 결렬된 지 9일 만이다. 협의는 당초 19일로 예정됐는데 노조가 하루 앞당겼다. 이를 두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측은 회사는 기본급 인상(10만 667원) 대신 제안한 1,720만원의 변동급여 지금액 가운데 최근 이익배분금(PS) 420만원과 생산격려금(PI) 약 600만원을 배분한 상태다. 노조는 인사경영권에 대한 권한을 요구 중인데 실질 임금이 올랐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