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10 제약시장' 러시아 빗장 열리나

한-러시아 FTA 체결 추진따라
식약처 "국내 제약사 수출 지원"
비관세장벽 파악 위해 용역 발주
22조대 시장 진출 길 넓어질듯


정부가 한국-러시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제약업체의 수출지원을 위해 러시아 비관세장벽 파악에 나섰다.

1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FTA 체결에 따른 의약품 비관세장벽 대응체계 구축위탁 사업’ 용역을 최근 발주했다. 용역기간은 계약일로부터 오는 11월까지 약 6개월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러시아 등 FTA 체결추진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국가에 대한 수출지원을 위해 관련 정보를 모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번 용역을 통해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국가의 의약품 허가, 승인 등에 대해 임상승인과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의약품허가 심사, 통관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한·러 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으며, 이후 통상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러시아와의 FTA를 추진 중이다.


러시아의 의료 및 제약시장은 유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구가 1억5,000만명에 달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평균 수명이 매우 낮고, 각종 심장 관련 질환과 암, 에이즈(HIV) 등에 취약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의 평균 수명은 66.03세로 일본(84.41세), 중국(75.40), 한국(83.01세)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또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러시아 제약시장 규모는 지난해 201억달러(22조8,175억원) 규모로 세계 10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연평균 5.0% 이상 성장해 오는 2023년까지 256억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들과 비교해 미약한 수준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러시아 의약품 수출액은 3,085만달러 규모로 28위의 수출국이며, 최근 몇 년 간 수출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5년 셀트리온은 러시아에서 ‘램시마’의 시판허가를 승인받았으며, 2017년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러시아 파머신테즈와 의약품 공급확대, 현지 영업망, 생산시설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제약사 ‘파마티스 인터내셔널’과 진통소염제 ‘아셀렉스’에 대한 1억574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최근 수출대상 국가에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4개국을 추가하는 쾌거를 올렸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2월부터 소염진통제 ‘클란자CR’을 협력사인 이스라엘 테바를 통해 러시아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주희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러시아는 중앙·동부유럽(CEE)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제약시장이며 인구증가율을 고려할 때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아직 1인당 의약품 소비가 높지 않은 데다 시장이 제네릭을 중심으로 형성돼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기업의 경우 러시아 현지의 생산시설 설립 등에 대해서는 재정적인 부담이 큰 만큼 한국 기업 간 컨소시엄 형태로 진출하거나 현지 생산시설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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