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훈풍이 불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급락장의 여파로 기업공개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았던 현대오일뱅크, 카카오게임즈 등의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했다. 올해 초에도 하락장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예상을 넘는 증시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1·4분기 기업공개 시장은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4분기와 비교하면 상장 기업 수는 14개에서 12개로 줄었지만 공모 금액 합계는 4,870억원에서 7,793억원으로 60%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SK그룹의 신약 개발기업인 SK바이오팜이 증권회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며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고 주관사 선정까지 마무리됐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최대어로 떠오른 SK바이오팜의 상장 추진은 유망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및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247540)이 1,728억원으로 공모 금액이 가장 많았다. 지난달 말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현대차그룹의 정보통신(IT) 계열사 현대오토에버(307950)가 1,684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1,080억원의 지노믹트리(228760), 1,000억원의 천보(278280)를 포함해 4개사가 각각 1,000억원 이상의 공모금액을 기록했다. 특히 1·4분기 기업공개에 나선 12개 기업 중 11개의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 이상 수준으로 결정됐다. 공모주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이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공개 이후 주가도 양호하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웹케시(053580), 노랑풍선(104620), 이지케어텍(099750), 천보는 공모가의 2배를 넘어섰다.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이노테라피(246960) 하나뿐이다.
상반기 중 상장에 도전하는 주요 기업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사무라이스피리츠’, ‘메탈슬러그’ 등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로 잘 알려진 일본 게임기업 SNK다. 하나금융투자는 정부가 발표한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 방안에 따른 바이오·4차산업 분야 상장 기업 수 증가, 지난해 기업공개를 진행하다 일정이 연기된 공모 규모 1조원 이상 기업들의 재도전을 예상하면서 2·4분기 기업공개 시장도 전 분기에 이어 양호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바이오, 경협, 2차전지,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기업들의 공모주 수익률이 높았고 1·4분기에도 2차전지 관련 기업인 천보,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바이오 분야의 이지케어텍, 셀리드 등이 공모가를 웃도는 수준으로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올해 남은 기간 바이오, 4차산업 분야 기업들의 기업공개 도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바이오 분야 기업은 SK바이오팜을 비롯해 브릿지바이오, 젠바디 등 20여개로 알려졌다. 2011년 SK그룹에서 물적분할된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기술 수출한 수면장애신약 ‘솔리암페톨’이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고 독자 개발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FDA 승인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조현병, 조울증, 파킨슨병 등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도 순항 중이다. SK바이오팜은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이후 바이오기업 중 기업 가치, 공모 규모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서 추산하는 SK바이오팜의 기업 가치는 5조~6조원에 달한다.
브릿지바이오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코스닥시장 입성을 추진 중이다. 유망한 물질의 임상 및 개발에 집중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기업인 브릿지바이오가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NRDO기업 중 최초가 된다. 체외진단기기 전문 연구·개발기업 젠큐릭스는 지난 1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제출을 완료하고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다. 코넥스 시장 시가총액 10위권의 체외진단기기 제조 기업 수젠텍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상반기 중 코스닥 이전 상장을 앞두게 됐다. 조만간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 예측, 일반 청약 등의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다 중단했던 젠바디는 다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젠바디는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를 통해 장외시장에서 약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바이로메드(084990)의 상장 통로가 됐던 기술특례상장, 지난해 셀리버리에 적용된 성장성 특례상장 등 각종 특례상장 제도는 유망한 바이오기업들의 기업공개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기업공개 시장에서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라며 “활발한 자금 조달을 통해 양질의 연구개발(R&D) 결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