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가 13일 연속 상승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쉽사리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역대 최대 상승장에도 막연히 “이제는 떨어지겠지” 하며 되레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대량 매수한 데 이어 성과가 좋지 못했던 종목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즉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재연출된 셈이다.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 특성상 단기간 특정 테마 등을 중심으로 순환매하는 투자 패턴이 또다시 실패를 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7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3월29일(2,140.67)부터 4월16일(2,248.63)까지 13일 연속 올랐다. 하지만 개인은 상승장에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흐름과 반대되는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기간 개인은 ‘KODEX 200선물 인버스2X’를 1,402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이는 이 기간 중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2위에 해당한다. 인버스는 지수가 하락하면 하락률의 두 배 수익이 나게 설계됐으며 반대로 상승하면 두 배의 손실을 입는다. 통상 하락장이 예상될 때 투자하는 상품이다. 즉 ‘역대급’ 상승장 시기에 개인은 오히려 하락장에 베팅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달 초 코스피가 2,200선을 넘어서면서부터 개인은 하락을 예상하고 인버스 상품을 사들인 것 같다”면서 “시장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봤을 때 결과적으로 개인이 오판했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은 이제 어느 정도 올랐으니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심리를 가지고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다른 종목에서도 ‘마이너스 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관심이 커진 한진칼을 제외하고는 개인이 많이 사들인 종목 대부분이 약세였기 때문이다. 실제 KODEX 200선물 인버스2X 다음으로 순매수가 많았던 한국전력(015760)의 경우 지난달 29일 2만9,900원에서 이달 16일 2만9,300원으로 2%가량 하락했고 네이버도 이 기간 12만4,000원에서 11만9,500원으로 약 4% 하락했다. 5세대(5G) 통신 개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사들인 KT(030200)(-0.36%), SK텔레콤(017670)(-1.59%), LG유플러스(-4.85%)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박희정 키움증권(039490)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이 많이 사들인 통신 종목의 경우 신기술 도입의 효과와 성과는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데 개인은 순환매 차원에서 급하게 접근하다 보니 좋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개인이 단기간 순환매하는 방식은 박스장일 경우에만 유리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하고 기관 등과 달리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부족한 개인은 실제 시장 움직임보다 늦게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매수 시점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