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PLP사업, 전자에 넘기나

2016년 천안 생산라인 구축후
이렇다할 대규모 투자 없어
현금 100조원 넘는 삼성전자
PLP부문 인수해 투자 가능성
납품불량 이슈 방지에도 유리
30일 이사회서 발표 전망 솔솔



삼성전기(009150)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후공정 기술 ‘PLP(Panel Level Package)’ 사업을 삼성전자에 넘길 것이란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PLP는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인쇄회로기판 없이 반도체를 완제품에 적용시킬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다. PLP 기술을 적용하면 전자기기 두께가 얇아져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배터리 크기를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 내부는 물론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도 PLP 투자에 대한 효율성을 삼성전자가 사업을 전담하는 편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전자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조만간 PLP 솔루션 사업팀을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양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르면 오는 30일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1·4분기 확정실적 발표 당일 개최하는 이사회에서 사업 양도를 결정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면 이달 말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발표 시기는 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기는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PLP 사업 양도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우선은 삼성전기가 대규모 투자여력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6년 2,640억원을 투자해 충남 천안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PLP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후 적극적인 투자를 못했다. 삼성전기의 PLP 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다고 반도체 전문가들은 보고 있지만 현재 삼성전기의 재무구조는 이를 부담하기 어렵다. 특히 삼성전기가 지난해 MLCC 호조로 큰 이익을 거뒀지만 작년 말부터 MLCC 시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대규모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 100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PLP 사업을 인수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미시적이긴 하지만 삼성전자가 삼성전기 PLP 기술의 최대 고객인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납품 불량 이슈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PLP 사업을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아마존에 공급하는 서버용 D램 불량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납품 불량 이슈가 생기면 제품 신뢰도에 문제가 생겨 삼성전자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를 감안 하면 삼성전자가 직접 관련 기술을 키우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사업포트폴리오로 볼 때도 PLP 기술이 반도체 후공정 기술인 만큼 사업 성격상 삼성전기 보다 삼성전자가 맡는 게 낫다는 내부 의견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기 PLP 사업팀을 이끄는 주요 인력들은 전부 삼성전자 출신이다. 애초 삼성전기는 지난 2014년 말 삼성전자 출신의 이윤태 사장이 취임한 후 PLP를 신사업으로 육성했다. PLP 솔루션 사업팀의 강사윤 부사장, 조태제 전무 등 핵심 인력들이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삼성전기가 PLP 사업을 삼성전자에 넘길 경우 단기적으로는 삼성전기 실적에 긍정적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등 MLCC 덕분에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비록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으로 현재 시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향후 전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미래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가운데 PLP 사업은 매 분기 수백억원 수준의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현재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다만 장기적인 성장 동력 중 하나를 잃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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