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10년을 맞아 변호사시험 합격자 기준을 재검토한다. 고정된 합격자 수 결정 기준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9년 만에 첫 변경에 나서는 것이다.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변시 합격률을 대폭 높이려는 로스쿨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변호사 업계는 변호사 수를 늘리면 안 된다고 맞서고 있어 새로운 결정 기준 도출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6일 열리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에 ‘변시 합격자 결정 기준을 소위원회에서 재논의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에 정한 ‘로스쿨 입학정원의 75%(1,500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법무부는 당초 이 기준을 정하며 2014년에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동안 눈치만 보며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변시에 대한 자격시험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며 “로스쿨 교육 실태, 법조인 배출 현황 등 변화된 상황, 그리고 제도 도입 시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합격자 결정 기준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기존 입학정원 대비 합격자 수를 상향할지, 아니면 응시자 대비 합격자 수를 늘릴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가 재검토에 나서는 것은 변시 회당 합격률이 50% 이하로 크게 떨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변시 합격률은 2010년 1회 87.1%에서 2017년 7회 49.4%로 급락했다. 합격자 수는 1회 1,451명에서 7회 1,599명으로 비슷하지만 응시자는 같은 기간 1,665명에서 3,24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서다. 로스쿨 학위를 취득하면 변시에 다섯 번까지 응시할 수 있는데 불합격한 사람들의 재응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10년 당시 합격자 수 결정 기준을 정할 때 이 같은 예측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로스쿨 학생들은 갈수록 합격률이 하락하면서 입학하자마자부터 변시 준비에 돌입해 로스쿨이 ‘고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병폐까지 발생했다. 변시에 다섯 번 떨어진 일명 ‘오탈자’도 법무부 추산 441명에 달할 정도다. 수도권 로스쿨의 한 재학생은 “3학년 2학기에는 학원에 가기 위해 6학점만 등록하는 게 부지기수”라며 “변시를 통과하려면 학원이나 고액 과외로 보충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합격자 수 기준 변경에 나서지만 넘어야 할 난관은 만만치 않다. 로스쿨 측은 시험 통과가 어렵지 않은 ‘자격시험화’를 주장하지만 변호사 업계는 세무사·변리사·노무사 등 변호사 유사직역 정리 없이 합격자만 늘리는 것은 법률 시장 포화를 부추긴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올해 3월18일 전국 로스쿨 원장들이 모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응시자 대비 60% 이상(1998명)으로 결정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하자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8회 합격자가 지난해보다 많아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서를 최근 법무부에 제출하며 맞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로스쿨과 관련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끝장토론이라도 해서 현실적 절충안을 찾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정부가 변협과 로스쿨·재학생·오탈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서둘러 만들고 용역·세미나 등도 실시해 시대적 변화와 개선의 요구 목소리를 모두 수용할 절충안 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권형·이현호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