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통장 만든 후, 한달 내 추가개설 가능해진다

금리인하 요구권·보험 보장범위
금융사가 매년 소비자에 알려야
콜택시 예약 등 세부 과제 나열
"보여주기식 아니냐" 비판도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앞으로 금리 인하 요구권 행사 요건이나 보험 보장범위 등 소비자가 숙지해야 할 핵심 사항은 금융회사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대형 금융사에 대해 준법감시인과 별도의 최고고객총괄책임자(CCO)를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소비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현장에서 업무 관행·서비스를 개선한다는 목표 아래 소비자와 금융회사, 금융당국, 보호 인프라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세부과제를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금융사의 정보제공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1년 이상 장기 미사용 계좌 발생 시 ‘거래중지 예정 안내’를 은행에서 저축은행·신협 등으로 확대 시행해 사용의사가 있는 계좌의 거래중지를 예방하기로 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 행사 요건이나 보험 보장범위처럼 소비자가 알면 유리한 내용의 경우 현재 상품 계약 단계에서만 안내하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매년 주기적으로 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는 불합리한 관행도 고쳐나가기로 했다. 대포통장 방지 차원에서 계좌개설 후 20영업일 이내에 새로운 계좌개설을 거절하는 관행은 없애기로 했다. 소비자 호응이 높은 지점방문 예약제를 늘리고 내방한 고객이 대기표를 뽑고 순서가 되면 문자 메시지로 안내해주는 지능형 순번 대기도 도입한다. 아울러 근무 중 지점 방문이 곤란한 직장인 등을 위해 오피스·상가 등을 중심으로 은행 탄력점포 수도 올해 안에 986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금융사 내부의 소비자 보호 체계와 기능도 강화한다. 일정 자산 규모 이상 또는 민원건수가 권역 내 2% 이상인 회사는 준법감시인과 별도의 CCO를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도 금융사들이 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에 따라 CCO를 임명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어 준법감시인이 겸직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인 대형금융사의 경우에도 준법감시인이 CCO를 겸직하는 비중이 38%에 달한다. 금융위는 CCO를 별도 선임해야 하는 대상 회사의 기준을 조만간 확정하고 CCO의 역할·자격요건·책임 등을 지배구조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반영해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번 방안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기는 했지만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지나치게 세부적인 과제를 나열하다 보니 업계에서는 또 다른 규제가 생겼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실제 이번 대책을 보면 금융사들이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사안들도 세세하게 담겨 있다. 은행 업무 처리 후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무 처리 중간에 종료 예정 시간을 안내하고 은행이 ‘콜택시 예약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게 한다거나 은행 건물 정면에 ‘도움 호출벨’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상품 판매직원의 판매 체크리스트 도입, 완전판매 후 사후 모니터링(해피콜) 제도 개선 등의 조치는 불완전 판매를 줄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대책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금감원의 지도·감독 하에서도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고 업계 스스로도 해결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당국이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세세한 것까지 나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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