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대표.
국내 최대 이커머스업체 쿠팡이 설립 9년 만에 김범석(40) 단독 대표체제에서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앞으로 전략적 투자만을 맡는다. 갑작스러운 3인 대표 체제 전환에 대해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대규모 자본 조달을 했음에도 누적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그의 권한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8일 쿠팡에 따르면 지난 11일 쿠팡은 김범석 대표, 고명주(54), 정보람(40) 등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쿠팡은 이에 대해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영역별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이 같은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동 대표 체제가 아니라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점이 눈길을 끈다. 각자 대표 체제에서는 다른 대표의 동의 없이도 담당 분야에서 단독 결정이 가능하다. 모든 대표가 동의해야 사업을 추진하는 공동 대표 체제와 다르기 때문에 김 대표가 다른 분야에 간섭할 수 없다. 고 신임 대표와 정 신임대표가 각각 인사와 핀테크 사업 분야를 담당하게 되면서 해당 분야 관련한 김 대표의 권한은 사라진 셈이다. 두 신임 대표는 쿠팡에서 임원으로 재직해왔다. 고 신임 대표는 쿠팡이 20억 달러 투자를 이끌어 낸 지난해 말 쿠팡에 합류했다. 하나로텔레콤 출신으로 SK텔레콤으로의 매각과정에서 인사분야를 맡았던 전문가다.
정 신임 대표는 2014년 쿠팡에 합류해 ‘로켓페이’ ‘쿠팡캐시’ 등 핀테크 사업의 구축을 이끌어왔다. 정 대표의 선임으로 쿠팡이 앞으로 핀테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빠르게 매출을 올렸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조4,228억원으로 전년보다 64.7% 증가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적자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쿠팡의 작년 영업손실은 1조970억원으로 전년보다 71.7% 늘었고 적자 규모도 3조원을 넘겼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