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차도를 점거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 구성원들이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날’을 하루 앞둔 19일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가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라고 주장하며 1박 2일간 집중 투쟁에 나선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애·인권·노동·사회 분야 1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공투단)’은 이날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장애등급제폐지는 ‘가짜’ 폐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투단은 “국내에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지 31년 만에 폐지된다고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방향과 거리가 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420 공투단은 장애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한 바 있다. 당시 회원들은 내빈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오는 7월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장애등급제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제지 되기도 했다. 420 공투단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수차례 이 총리와 박 장관 면담을 요청해왔지만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19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차도를 점거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 구성원들이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국회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복지 제공의 법적 기준이 되는 ‘장애 등급’을 ‘장애 정도’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존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을 1~6등급으로 분류하고 선택적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행정 편의를 우선시한 분류로 인해 다수 장애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별개로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안도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장애인활동지원법’은 복지부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급여 신청 자격도 기존 ‘중증 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확대됐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장애등급제는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이에 따라 활동지원급여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자격도 넓어졌다. 문제는 복지 서비스 대상의 범위는 확대됐는데 예산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15일 420 공투단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보여주기 식 예산 편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가 올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이 전년 대비 25% 늘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활동 지원 서비스 단가의 자연증가분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1인당 복지 급여량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1명이 활동지원급여로 서비스를 받는 시간(급여량)은 2013년 118시간 이후 2017년까지 정체됐다. 반면 활동지원급여 신청대상은 1급 장애인에서 2·3급까지 늘었다. 420 공투단에 의하면 탈시설 지원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예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차도를 점거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 구성원들이 장애등급제 가짜 폐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각종 장애인 단체들은 ‘복지 서비스의 질 저하’ 역시 우려하고 있다. 활동지원급여는 사실상 ‘요지부동’인데 신청자격이 중증 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확대되면서 서비스 대상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형숙 420 공투단 집행위원장은 “대통령은 약속해도 지키지 않고 문제를 보건복지부로 떠넘기는데 기획재정부는 예산을 내놓지 않는다”며 “우리는 누구에게 알리고 얘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18일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는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기존 혜택이 줄어들거나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비해 5월까지 TF를 구성하고 등급제 폐지의 방향성과 예산확보 방안에 대해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 단체들은 소통을 비롯해 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명확한 대응을 바라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