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지만 미국의 중국 반도체 손보기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의 퀄컴이 중국과 손잡았던 조인트 벤처를 이달 말로 접기로 했다.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 지 고작 3년여 만에 그만두는 것이라 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노골적 견제로 잇따라 제품 개발에 차질을 빚으면서 중국 ‘제조 2025’도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사실상 좌초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초격차를 통해 중국을 확실히 따돌릴 시간을 벌게 됐다.
19일 로이터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퀄컴이 중국에 설립한 조인트 벤처 ‘HXT반도체’가 오는 30일부로 문을 닫는다. HXT반도체는 최신 서버용 반도체 개발 및 판매 등을 위해 퀄컴과 중국의 구이저우성이 총 5억7,800만달러(2018년 8월 기준)를 투자해 만든 업체다. 이 벤처의 경영진은 이날 “이달 말에 문을 닫는다”고 내부 공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달 초에는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단행되는 등 기업 분위기가 심상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과의 협업이 깨지면서 HXT반도체가 그간 추진했던 제품 개발도 지체되거나 사실상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중국과 갈등 중인 미국 정부 입장을 고려해 퀄컴이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강력한 후발주자인 중국의 부상이 늦춰지는 셈이라 나쁠 게 없다”면서도 “혹여 엉뚱한 방향으로 유탄이 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미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도 중국 샤먼 사난 옵토일렉트로닉스와 거래를 끊는다고 발표했다. 올 2월에는 인텔이 칭화유니그룹과 5G 모뎀 칩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인텔이 칭화유니그룹 지분을 20%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 관계 청산을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