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철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의 대표주자인 58년 개띠들이 지난해 60세가 되었다. 베이비붐세대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며 산업역군으로 자라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 국가로 만든 주역이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붐세대는 은퇴 후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2막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은퇴자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로 돈, 일자리, 건강, 취미활동, 관계를 꼽는다.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서는 이 다섯 가지 요소의 밸런스가 필요하다. 베이비부머들의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한 준비 현황을 점검해보고 인생 2막의 주요 과제를 살펴보자.
58년 개띠들은 30세가 되던 1988년에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되어 사회초년생 때부터 국민연금을 납부했고 만 62세가 되는 2020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한국경제 고도성장기에 어느 정도 자산도 쌓았다. 하지만, 부모 부양과 자녀교육비 지출로 인해 은퇴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많다. 국민연금연구원에 의하면 중·고령자가 필요한 적정생활비는 부부기준 243만원, 개인기준 154만원이 필요하지만, 20년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지급액이 91만원에 불과하다. 베이비부머들은 연금을 통해 노후준비를 하고 있지만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이들은 50대 중반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면 국민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5~10년간 소득공백기가 있어 은퇴시기를 늦추고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점진적 은퇴가 불가피하다.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서 보람 있고 즐길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후자금 준비가 부족한 금전적인 원인 외에도, 교육 및 건강수준 향상으로 노후를 보다 활기 있게 보내려는 비금전적인 원인도 있다. 퇴직자들은 평균 72세까지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고령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거의 없다. 인생 2막 준비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은 <오십, 그 새로운 시작>의 저자 이규화 박사는 “인생 2막 일자리는 적어도 70대 중반까지는 일할 수 있는 분야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은퇴 전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했다면, 은퇴 후에는 돈 보다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
베이비붐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건강하며 70대 중반까지는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17년 82.7세로 20년 늘어났다. 베이비붐세대는 수명증가로 노년기가 30년으로 늘어나, 인생의 3분의 1을 노년기로 살아가야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열정과 에너지를 집중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여가활동만 하며 세월을 의미 없이 보내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 노년기 삶의 목표를 정해보자.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하루 여가시간의 절반(48.6%)을 TV시청에 사용하고 있다. 베이비붐세대는 TV보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여가활동을 개발해야 한다. 은퇴 후 스포츠, 목공, 서예, 원예, 악기연주, 여행 등 평생 하고 싶었던 취미 · 여가활동을 하면 행복감을 높여준다. 수준 높은 여가활동을 위해서는 관련지식이나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은퇴 후 누구와 어울려 살 것인가는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 은퇴 후 가사를 돕고 배우자와 공통된 취미생활을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도 필요하다. 베이비붐세대는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동호회 활동, 사회봉사 활동 등을 통해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고 교제하며 활기찬 인생 2막을 펼쳐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