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선거제 개편 '껍데기는 가라'

정치부 송종호 기자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극심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이 바보같이 이런 의총을 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는가 하면 당원권이 정지된 이언주 의원은 당직자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의총에 겨우 들어갔다.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 법안을 놓고 ‘끝장을 보자’던 토론은 3시간 30분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창당 15개월 만에 바른미래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예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손학규 대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에 목숨을 걸고 단식까지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갈등을 봉합하며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의 화학적 결합을 추진해온 것도 그였다. 그런 그에게 당 내부에서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명분은 4·3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데 실상은 내년 총선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소수당으로서 같은 형편인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양당체제를 공고화하는 현행 선거제도로는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 정의당도 만만치 않다. 이들 소수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공조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문제는 역설적으로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4당이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득실을 따져보니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별 장사가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순간부터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원심력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의 평화당과 결코 한국당 입당은 불가한 바른미래당 호남 중진들이 제3 지대 정당을 주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의 영광을 기대하는 셈이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패스트트랙을 반대하며 손 대표의 발목을 잡는 사람들도 이쯤 나타났다.

선거제 개편 없이는 내년 총선에서 소수3당이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의원은 유승민·이혜훈·지상욱·하태경·이언주 등 7~8명가량이다. 당의 생사에 발목을 잡는 그 속마음을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보수통합을 외치는 한국당의 구심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예상대로 이언주 의원은 한국당행을 공식화했다.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때마침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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