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진화해 통장에 돈이 없어도 수억 원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2일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13일 대구에 사는 50대 여성 A 씨가 ‘앱 설치 유도형 보이스피싱’으로 2억 9,000만 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이 중 1억 8,000만 원은 피해자 통장에 있었지만 나머지 1억 1,000만 원은 범인들이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카드론 대출을 받은 것으로 A 씨에게는 원래 ‘없던 돈’이었다.

피해자는 허위의 소액결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를 취소하기 위해 전화 상담원으로 위장한 범인들과 통화하면서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인 ‘팀 뷰어’를 설치했다. 범인들은 이 원격제어 앱을 통해 피해자 휴대전화에 접속한 뒤 피해자에게 “금융기관 OTP 보안등급을 강화하자”며 실시간 OTP 번호를 받아냈다. 이들은 이틀 동안 피해자 통장 5~6개의 이체 한도를 1억 원으로 높이고 피해자 명의의 카드로 카드론 대출을 받아 총 2억 9,000만 원을 자신들의 대포통장으로 이체했다.

경찰은 피해자 현금을 빼돌린 범인을 추적하고 있지만 검거와 피해 금액 환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장호식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범인들이 통장에 없는 돈까지 대출받아 빼가기 시작했다”며 “돈이 있어야 보이스피싱을 당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이므로 보이스피싱 예방 수칙을 숙지해달라”고 말했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