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수도 카루툼에서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루툼=AFP연합뉴스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프리카 수단의 군부가 21일(현지시간) 국민에게 권력을 넘기겠다고 강조했다.
압델 파타 부르한 수단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수단 국영TV와 인터뷰에서 “위원회는 국민에게 권력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일주일 안에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에 응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르한 위원장이 국영TV와 인터뷰를 하기는 이달 12일 아와드 이분 아우프 당시 국방장관에게서 과도군사위 위원장직을 이어받은 뒤 처음이다.
이에 따라 바시르 전 대통령의 축출 이후 이어지는 정국 혼란이 가라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과도군사위원회가 2년 안에 문민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부르한 위원장이 이같이 언급한 이유는 반정부 시위대를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위를 주도하는 ‘수단직업협회’(SPA)는 이날 오후 군부의 과도위원회를 대신할 시민통치기구를 발표할 것이라며 군부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수단 군부와 시위 지도자들은 전날 권력 이양 문제를 협의했고 추가로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바시르 독재정권은 지난해 말 본격화한 시민의 반정부 시위로 위기에 처했다. 수단 군부는 지난 11일 바시르 정권을 전복했다고 발표한 뒤 과도군사위원회가 최대 2년 동안 통치하고 시민에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시위대는 즉각적인 문민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맞섰고 수도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부르한 위원장은 또 국영TV를 통해 군부가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단이 이번 주나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수단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93년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수단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2017년 10월 대(對)테러 활동 진전, 인권 상황 개선 등을 이유로 수단에 가해온 경제제재를 20년 만에 해제했다. 그러나 수단은 아직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지 않으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 금융거래 등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8일 수단의 문민정부 구성을 지지한다며 수단 군부를 압박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