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인재 못키우면 대학 미래도 없다"

정진택 고대 총장 기자간담
교양교육원, 독립기관으로 승격
융합전공·교양과목 등 대폭 확대
학사 행정도 빅데이터 기반 운영

정진택 고려대 신임 총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고대 본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교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개교 이래 최초 공대 출신인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기존의 문·이과 구분을 넘은 융합전공·융합형 교양과목을 대폭 확대해 창의인재 양성에 나선다. 대학 학사 행정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대학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정 총장은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이과를 구분하고 전공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21세기 초연결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어렵다”며 “미래를 앞서 내다보며 인재를 양성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임한 정 총장은 공대 출신답게 융합형 교육을 통한 교육의 혁신을 이루는 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학에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들이 주로 듣는 교양과목에서 융합형 과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인문학과 수학·물리학·의학·생물학 등이 융합된 과목이 대상이다.


이를 위해 교양과목 개설 및 관리 등을 담당하는 교양교육원을 현재 교무처 소속에서 부총장 직속의 독립기관으로 승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 총장은 “오는 2022년도부터는 문과·이과 구분하지 않고 교육받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오게 된다”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초 교양과목을 전반적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공 칸막이를 허물고 학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초학제적 융합전공이 개설돼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의 강화도 약속했다. 현재 고려대에서는 심리·뇌인지·수학·AI 등의 교과과정으로 구성되는 뇌인지과학 융합전공, 언어·뇌·컴퓨터에 해당하는 분야별 전공과목을 이수하는 LB&C(Language·Brain & Computer) 융합전공, 보안 및 컴퓨터·정보보호 관련 법률·소비자 심리·지식재산권을 학습하는 융합보안 융합전공 등을 운영 중이다.

정 총장은 “입학 정원이 정해진 경우 수강신청 등 교무행정을 예측할 수 있으나 융합전공을 하게 되면 수강신청의 어려움, 기존 학생과의 불협화음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이중전공자와 융합전공자를 위한 커뮤니티 구성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학을 경영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대학 내 행정 서류를 데이터화한 뒤 이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데이터사이언티스트 3명도 새로 고용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학생 및 교수가 창업의 전 주기적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창업 관련 교과목 및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학·연·산·병원의 연구 협력도 확대한다. 또 진료 중심의 구로·안산 병원을 교육·연구 기능을 강화해 캠퍼스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8월 시행을 앞둔 강사법과 관련해서는 “전임 교원이 가능하면 강의를 맡아주시고 동일 과목의 분반 개수를 줄이는 등 노력을 별개로 해오고 있었다”며 “강사법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맞춰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지난 1983년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고려중앙학원 이사회를 통해 제20대 총장에 선임됐으며 임기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이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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