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추 추나요법 개념도
50~70m가량 걸으면 통증 때문에 쭈그리고 앉아 쉬어야 할 정도의 중증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4주 동안 한방 또는 양방 치료를 했더니 6개월 뒤 통증 없이 한 번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치료 전보다 각각 11배, 3.4배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22일 보건복지부 지정 한방척추전문병원인 모커리한방병원에 따르면 김기옥 병원장과 신경민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메이오클리닉 통증센터 제이슨 엘드리지 박사와 공동으로 이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통증연구 저널’(Journal of Pain Research)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척추관협착증 증상을 가진 한국인 743명 중 34명(평균 64세)의 중증환자를 2개 한방치료군(추나·침·한약 또는 추나·침)과 일반적인 양방 비수술치료군(진통제·스테로이드 주사 및 물리치료)으로 나눠 4주간 입원치료 후 3개월·6개월 뒤의 허리·다리통증 등을 평가했다.
세 군 모두 입원치료 후 통증이 상당히 줄었지만 3개월·6개월 뒤 통증 정도, 무통증 보행거리 등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한방치료군은 통증 없이 한 번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평균 11배(추나·침·한약 68→748m, 추나·침 49→537m) 증가했다. 반면 양방 비수술치료군은 평균 3.4배(60→203m) 늘어나는데 그쳤다. 허리·다리 통증 감소율도 한방치료군이 양방치료군보다 우수했다.
김 병원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증 척추관협착증의 한방치료 효과를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며 “척추관협착증은 고령화 추세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수술치료가 어렵고 스테로이드 시술도 효과가 떨어져 한방치료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 최우수 병원인 메이오클리닉과 대규모 척추관협착증 임상시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척추전방전위증에 대한 한방치료 효과 임상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추나 테이블 등을 활용해 어긋나거나 삐뚤어진 뼈와 관절, 뭉치고 굳은 근육·인대를 밀고(밀 추·推) 당겨(당길 나·拿) 제자리를 찾아가게 함으로써 자세·체형을 교정하고 염증·통증을 줄여주는 수기요법이다. 지난 8일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디스크·협착증 환자가 복잡추나를 받고 내는 비용은 1회당 한방병원 1만8,800원, 한의원 1만8,000원(본인부담률 50%)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관 내 황색인대 등이 퇴행성 변화로 두꺼워져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한다. 허리를 굽히고 걷거나 쭈그려 앉으면 신경길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완화되고 허리를 똑바로 펴면 통증이 심해진다. 오래 서 있거나 걸으면 허리·엉덩이에서 시작해 점차 다리로 뻗치면서 허벅지가 땅기고 종아리에서 발바닥까지 저린 통증, 감각장애 등이 나타난다. 퇴행성 질환으로 대개 40대에 요통으로 시작해 50~60대에 악화한다. 심해지면 쉬지 않고 한 번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100m·50m 식으로 점차 짧아진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