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정씨가 배달된 밀키트 제품을 개봉하고 있다. /권욱기자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는 조용호(55)·박영숙(54)씨는 10년 넘게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집사 부부다. 조씨 부부는 ‘음악’을 연결고리로 같은 교회에 다니는 비슷한 또래의 부부 세 쌍과도 각별한 사이다. 정진호·남선미씨 부부와 박찬일·채현정씨 부부, 나흥복·강연실씨 부부가 절친한 교회 메이트들이다. 지난 2011년 네 쌍의 부부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함께 관람한 뒤 부부동반모임에 아예 라 트라비아타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최근에는 자녀들까지 모두 대학에 보내면서 단체로 일본 여행을 갈 정도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부쩍 늘었다.
매주 교회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지만 분기별 모임만큼은 특별하게 진행한다. 가끔 외식을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호스트를 정하고 각자 음식을 준비해와 나눠 먹는 ‘포트럭’을 즐긴다. 조금씩 음식을 나눠서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매번 8인분의 식사를 만드는 것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조씨 부부는 간편식으로 든든한 한 끼 밥상을 차려준다는 본지의 ‘행복한 식탁이 옵니다’ 캠페인을 접하고 곧바로 ‘10년지기 이웃들과의 홈파티 음식을 준비해주세요’라는 사연을 보냈다. 지난 21일 오전 조씨 부부가 일요예배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손질된 식재료와 함께 레시피 카드가 담긴 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잇츠온’이 문 앞으로 배달됐다. 홈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감바스부터 와인과 찰떡궁합인 파스타와 스테이크,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밀푀유 나베와 훈제오리 월남쌈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요리는 홈파티의 단골메뉴 중 하나인 감바스. 종이상자를 여니 새우를 비롯한 각종 재료가 진공포장된 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평소 이탤리언 음식을 즐겨 요리한다는 채씨는 “보통 집에서는 재료가 없으면 없는 대로 요리를 하는데 밀키트를 받아보니 버섯부터 페퍼 시즈닝, 로즈메리 등 재료가 꼼꼼하게 준비돼 있어 제대로 된 요리를 하는 느낌”이라면서 “게다가 새우를 건져 먹고 오일 파스타를 추가로 조리할 수 있도록 면까지 들어 있어 구성이 알차다”고 말했다. 싱싱한 재료가 인상적이라는 평도 있었다. 강씨는 “감바스의 새우가 예상보다 실하고 비프 찹스테이크의 고기도 선홍빛을 띠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나흥복·강연실씨 부부가 밀키트로 훈제오리 월남쌈을 준비하고 있다./권욱기자
이들은 요리 ‘똥손’도 셰프로 변신시켜준다는 밀키트의 레시피 카드를 참고하면서 요리를 시작했다. 사실 박영숙씨를 비롯해 주부 경력 20년 차인 이들에게 레시피 카드는 낯선 존재다. 본인만의 축적된 노하우로 맛있는 집밥을 만들어내던 이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박영숙씨는 “설명서에 새우를 너무 오래 익히면 식감이 떨어진다거나 파스타를 삶은 뒤 오일을 조금 바르면 엉겨붙지 않는다는 등의 세세한 설명이 적혀 있어 요리를 못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또 필요한 재료가 알맞게 배달되기 때문에 장을 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리에 익숙지 않은 50대 중년남성들에게도 밀키트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적양배추·당근·노랑파프리카·홍파프리카·깻잎 등 훈제오리 월남쌈에 필요한 재료가 모두 잘게 썰려 있어 라이스페이퍼에 각종 야채를 채워넣고 돌돌 말기만 하면 완성됐다. 지금껏 집에서 직접 요리해본 음식은 떡국이 전부였다는 나씨는 “그동안 좋아하는 떡국만 만들어봤는데 요리가 생각보다 쉽다는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른 요리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자신했다.
조용호·박영숙씨 부부를 비롯한 ‘라 트라비아타’ 모임 구성원이 홈파티를 즐기고 있다. 참석하지 못한 남선미씨 대신 조용호씨의 딸이 함께했다. /권욱기자
이날 홈파티 참석자들 모두가 처음 맛본 밀키트 요리에 대해 90점 이상의 후한 점수를 매겼다. 특히 호스트인 조씨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3형제 중 장남인 조씨는 “가족 행사를 주도할 일이 많은데, 8명이 모여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음식을 밖에서 사 먹으려면 최대 30만원까지 든다”면서 “밀키트는 외식보다 저렴하고 한식과 양식 등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정씨 역시 “메뉴 종류가 다양해 서로 다른 입맛에 맞춰 나눠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레스토랑 요리를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어 뜻하지 않은 호사를 누린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날 가장 반응이 좋았던 메뉴는 비프 찹스테이크였다. 부드러운 육질이 독특한 소스와 잘 어우러졌다는 평이었다. 이 메뉴는 한국야쿠르트가 간편식의 고급화를 위해 실력파 셰프와 함께 개발한 제품이다. 육즙이 가득한 소고기 부채살이 먹기 좋게 썰려 있어 갖가지 야채와 셰프의 비법소스를 투하하면 15분 만에 완성되는 요리다. 요리 과정뿐 아니라 뒷정리까지 간편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씨는 “적정량의 식재료가 준비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고 남은 재료를 냉장고에 정리하는 시간도 절약됐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