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23일 북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산둥성 칭다오에서 진행한 국제관함식(해상열병식)에 최신예 함정들을 대거 선보이며 ‘강군몽(强軍夢)’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중국 근해에서 미 본토까지 직접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전략 핵잠수함을 최선두에 내세우면서 주목을 받았다. 동시에 군사력 팽창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반영해 ‘해양운명공동체 구축’이라는 평화구호도 이어갔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후1시께(현지시각) 칭다오항 인근 해역에서 미사일 구축함 시닝(西寧)함에 승선해 각 함정을 사열했다. 이날 칭다오는 해무가 잔뜩 낀 가운데 바람이 세게 불고 비도 내렸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군복 대신 중산복을 입었다. 이는 지난해 4월 남중국해에서 진행된 관함식 때 카키색 군복을 입은 것과 비교됐다. 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인데다, 특히 이번주 말 ‘제2회 일대일로 포럼’이 예정돼 있어 대외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관함식에는 8척으로 편성된 잠수함 편대를 선두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 구축함, 호위함, 상륙함 등 32척의 전함이 선보였다. 하늘에서는 전략폭격기 H-6K와 전투기 J-10, J-11 등 39대의 항공기가 등장했다. 중국 관함식은 지난 1957년과 1995년·2005년·2009년·2018년에 이어 이번이 여섯번째다. 해군 창설 70주년에 맞춰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특히 잠수함 편대 가운데는 최신예 핵잠수함인 ‘094형’ 창정(長征)10함이 선두에 섰다. 2017년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094형’ 잠수함은 중국이 보유한 핵잠수함 중 배수량이 가장 크다. 사거리가 1만1,200㎞로 확대된 JL-2A SLBM 12발을 탑재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상함 중에서는 최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던 ‘055형’ 미사일 구축함 난창(南昌)함이 최초로 공개됐다. 만재 배수량이 1만2,000톤에 달해 아시아 최대 규모인 ‘055형’은 중국 구축함 가운데 처음으로 1만톤급 이상으로 제작됐다. 시 주석이 탑승한 시닝함은 7,500톤급으로 2017년 1월 북해함대에 배치된 최신예 이지스구축함이다.

이날 앞서 시 주석은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외국 대표들과 만나 국가 간의 무력 위협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국가 간에 일이 있으면 많이 논의해야지 무력에 호소하거나 무력으로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각국은 평등한 협상을 견지하고 위기 소통 체계를 보완하며 역내 안보협력 강화와 해양분쟁의 적절한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은 ‘해양운명공동체 구축’이 중요하다면서 “중국 해군은 국제적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며 국제수로 안전 보장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관함식에는 미국이 불참한 가운데 한국을 포함해 일본·러시아·태국·베트남·인도 등 13개국의 18척 함정이 모습을 보였다. 대표단을 파견한 나라는 60여개국에 달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