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청와대 본관에서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가 25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중러가 밀착하고 미일은 안보 공조를 통해 북한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압박하는 가운데 비핵화 협상의 활로를 뚫어야 하는 문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 협상 촉진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지만 아직 북한의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 기념행사 또한 북측 참석 없이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2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파트루셰프 서기는 25일 서울에서 한러 고위급 안보회의를 가진다”며 “이날 파트루셰프 서기는 문 대통령도 예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러 정상회담과 한러 안보회의가 같은 날 열리는 배경에 대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루트를 통해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 당일에 러시아 안보 책임자가 문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한러가 북러 정상회담 상황을 공유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또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위한 물밑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달 말 러시아를 비밀리에 방문하고 돌아왔다.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한러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한 한러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잇달아 추진하며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주변국 설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은 숨 가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로서는 북중러와 미일이 각각 밀착해 사실상 대결 구도로 나뉘어 지면서 남북 대화에 주력해온 문 대통령의 입지가 애매해진 것이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중국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27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음달 25~28일 일본을 국빈방문하며 6월에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반면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정상회담은 물밑에서는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